오에 겐자부로 - 사육 외 22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21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승애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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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깝고도 가장 먼 나라. 어쩌면 중국과 일본은 우리에게 그런 이웃나라일테다. 중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는데도, 중국 문학에 대해서 거의 모르고 지내고 있는 형편.

 

과거 삼국지, 수호지, 열국지, 초한지 등은 열심히 읽었으면서도 현대 중국 문학은 루쉰을 제외하고는 거의 읽지 않았다. 기껏 최근에야 위화나 모옌, 바진(파금), 장아이링 등의 작품을 읽긴 했지만, 기나긴 역사를 자랑하고, 수많은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이라는 나라의 작가들에 대해 이 정도면 무지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현대 중국과 교류가 된 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애써 위로하면서 이제 많이 읽어야지 하는 생각을 하는데...

 

그렇다면 일본은? 일본 문학은? 어렸을 때 읽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은 아련한 추억으로만 남아 있고, 그나마 최근에 읽은 작가라고는 오쿠다 히데오 정도일테니...

 

일본을 이웃으로 두고 있으면서도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에게 식민지 치욕을 안겨준 나라라서 그런가, 그럼에도 근대 우리나라 문학에서 일본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을텐데...

 

일본 작품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너무도 서양에 편중되어 있던 문학 읽기 아니었나 하는 반성을 하면서.

 

오에 겐자부로는 이름을 알고 있었고, 또 그가 쓴 '히로시마 노트'나 '오키나와 노트', '나의 나무 아래서' 등은 읽어서 알고 있는 작가다.

 

그렇지만 그가 쓴 소설은 읽은 적이 별로 없다. 어쩌다 지나가면서 다른 작가들과 함께 엮어 있는 소설을 읽은 적은 있을지 몰라도, 특별하게 기억하지는 못한다.

 

이 소설집을 읽으면서 단 한 편도 과거에 읽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오에 겐자부로에 대해서 너무 소홀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그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인데... 정작 작품은 읽지 않고 다른 글들만 읽었다니 하는 생각.

 

오에 겐자부로 자신이 직접 선택한 작품들을 모아 놓은 책이라고 한다. 이제 말년에 접어든 그가 자신의 과거 작품을 다시 읽으며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놓았다.

 

그의 삶을 소설을 통해서 알게 된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한때 사소설(私小說)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이 소설집을 읽다보니 사소설이라는 말이 머리 속에 들어온다.

 

작가의 경험을 소설 속에 드러내는 것. 이것이 바로 사소설의 기본 아니었던가.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던 오에 겐자부로의 개인사를 소설 속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해야 할까.

 

젊은 시절, 그가 도쿄대에서 프랑스문학을 전공했다는 것, 그것은 초기 단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데서 찾을 수 있고, 일본이 미군의 점령으로 겪었던 일들을 '아인간양, 돌연한 벙어리'라는 단편에서 만날 수 있다.

 

중기나 후기 단편에서는 평화주의자로서의 오에 겐자부로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런 사회문제들과 더불어 오에 겐자부로의 개인사적인 이야기도 소설에 많이 등장한다. 자신의 아들과 관련된 이야기.

 

이렇게 소설을 통해서 그의 삶을, 또 전후세대라고 자처하는 일본 사회의 지식인들의 고뇌를 알 수 있다.

 

결국 이 소설집을 통해서 태평양 전쟁이 끝난 뒤 지금까지 일본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었던 점들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이 소설이 지닌 특징이기도 하겠다.

 

그리고 사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작가 자신의 삶이 개인의 삶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삶이 될 수 있음도 이 소설집을 통해서 잘 알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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