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노트 오에 겐자부로의 평화 공감 르포 2
오에 겐자부로 지음, 이애숙 옮김 / 삼천리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어쩌면 이 책은 일본의 민낯을 잘 보여주는 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전쟁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일본.

 

하지만 일본이 피해자일까?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기도 하다. 히로시마에 1945년 8월 6일에 원자폭탄이 떨어졌고, 삼일 뒤인 8월 9일에는 나가사키에 또다른 원자폭탄이 떨어졌다.

 

가해자인 일본이 피해자가 되는 순간인데... 이상하다. 어떤 나라가 전쟁에서 무기때문에 졌다고 피해자가 되었는지 생각해 보면 그런 경우는 없다. 그리고 재래식 무기라고 하지만 전쟁에서 이기는 쪽은 늘 당시에는 첨단무기를 사용했던 쪽이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그들도 엄청난 무기들을 이용해서 우리나라와 중국, 동남아시아, 그리고 미국에 전쟁을 일으켰다. 이런 전쟁을 통해 일본군에게 학살당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그런데... 원자폭탄이라는 최첨단 과학 무기가 등장하여 일본이 항복하게 됐다?

 

어떤 사람은 일본은 이미 항복하기로 되어 있었고, 원자폭탄보다는 소련의 참전이 더 항복을 앞당겼다고도 하니, 원자폭탄은 일본 군부가 패배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말도 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쟁에서는 더 강한 무기를 쓴 쪽이 이기는 경우가 많다. 물론 무기가 전쟁의 승패를 완전히 좌우하지는 않지만, 꽤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일본은 전쟁에서 졌다고 피해자가 되면 안 된다. 그들은 가해자다. 그래야만 한다. 자신들이 가해자라는 인식을 확고히 한 그 지점에서 그들이 출발해야만 반성을 하고, 성찰을 하고 용서를 구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일본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심지어 자국민들에게조차도. 히로시마 노트는 그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살아 있는 지성이라고 할 수 있는 오에 겐자부로가 1960년대에 히로시마를 방문하면서 그에 대해 보고 듣고 느낀 점을 글로 남긴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여기서 오에 겐자부로는 일본 정부가 히로시마 사람들의 고통을 얼마나 외면해 왔는지를 잘 보여준다.

 

일본 권력자들에게 히로시마는 자신들의 전쟁 패배를 정당화시켜주는 수단일 뿐, 히로시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그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다.

 

오에 겐자부로는 이렇게 고통받는 사람들의 소리를 대변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얼마나 고통을 받고 있는지, 그런 고통 속에서도 인간적인 모습을 지니며 용기있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이들을 치유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 히로시마의 모습을 제대로 알리려고 하는 사람들을 이 책을 통해서 알려주고 있다.

 

제대로 된 상황 파악, 진상 규명, 치료 대책 등을 일본 정부는 원폭 피해가 일어난 지 20여 년 동안 제대로 하지 않았다. 오히려 원폭 투하를 지휘한 미군 장성에게 훈장을 수여하기나 했다. 그만큼 일본 정권에게 히로시마 사람들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 정권이 원자폭탄의 피해에 대해 잘 몰라서 그랬다는 것이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 책을 읽으면 잘 알게 된다.

 

이를 오에 겐자부로는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정부의 이런 무관심, 철저한 배제 속에서도 히로시마 사람들의 고통을 함께 하는 사람들, 이를 이겨내려는 사람들의 인간성을 보여준다. 여기에 조선인 피폭자들의 모습도 나온다.

 

오에 겐자부로가 진실의 눈으로 사태를 보고자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장면인데... 지금도 그때 징용으로 끌려가 피폭된 조선인들,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 오키나와 인들도 마찬가지고.

 

이 책을 통해 미루어 보면 히로시마에 살고 있던 일본인들조차도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일본은 끝까지 가해자다. 자국민조차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정권이 어찌 피해자가 될 수 있겠는가.

 

오에 겐자부로의 이 책은 단순히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여기서 핵심은 더 이상의 핵개발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960년대에 이런 주장을 했는데... 상황은 그때보다 더 나빠졌다.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는 더 많아졌으니... 히로시마 사람들이 외쳤던 '노 모어 히로시마'라는 구호는 세계적으로 외면받은 구호가 되었다.

 

'노 모어 히로시마'

 

이것은 히로시마 사람들만이 아니라 일본 정권, 또 모든 세계 시민들이 외쳐야 했던 구호다. 그리고 이것이 실천되어야 했던 구호다.

 

여전히 '핵폐기'는 먼 길이다. 히로시마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러니 이 책이 나온지 벌써 50년이 지났음에도 이 책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노 모어 히로시마'라는 구호를 '모든 나라에서 핵 폐기를!'이라는 구호로 바꿔 외쳐야 한다. 이렇게 이 책은 원자폭탄이 떨어진 지 70년이 넘은 지금도 실현하지 못한 그 구호를 지속해야 한다고 우리를 설득하고 있다. 

 

"노 모어 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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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2 09: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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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2 13: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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