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조네 사람들 김소진 문학전집 1
김소진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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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으며 신경림의 시를 떠올렸다. '파장(罷場)'이라는 시.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 이발소 앞에 서서 참외를 깎고 / 목로에 앉아 막걸리를 들이키면 / 모두 한결같이 친구 같은 얼굴들 / 호남의 가뭄 얘기 조합 빚 얘기 / 약장사 기타 소리에 발장단을 치다 보면 / 왜 이렇게 자꾸만 서울이 그리워지나 ...' (신경림, '파장' 부분)

 

이 시에서 서울이 그리워지나라고 하여 지방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면, 김소진의 '장석조네 사람들'에서는 서울에 온 지방 사람들을 그리고 있다.

 

이들은 소위 달동네라고 할 수 있는 곳에 산다. 그것도 제 집이 아니라 장석조씨네 집에 세들어 사는 것이다.

 

'못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들은 결코 못나지 않았다. 있는 사람들의 도덕 기준에 비추어보면 참 비도덕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들은 나름대로 삶에 충실하다.

 

도덕이나 규범에 충실한 척하는 삶이 아니라 자신의 몸에 충실한 사람들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나같이 가난한 사람들, 그럼에도 인간적인 정을 잃지는 않는 사람들, 그들의 삶에 햇볕이 들까마는, 그들은 그래서 작은 햇볕이나마 온전히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김소진의 소설이 어두운 분위기를 많이 냈는데... 이 소설에서는 생활은 어렵지만 분위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도망갔던 아내가 돌아와도 그냥 함께 살고, 남편에게 맞으면서도 삶을 이어가고, 없는 재산을 노름으로 날려도 그냥 살아가는 그런 사람들.

 

이들의 삶이 몸에 충실한 그런 삶이라면 조금 있는 것들은 이들을 이용해 제 배를 불리는 삶을 산다.

 

마지막 제목인 '빵'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소설의 제목이 된 '장석조'씨가 얼마나 비열하게 돈을 긁어모으는지, 여자들을 후리는지 - 후린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그에게는 도덕이 없다. 제 맘에 드는 여인을 돈으로든 무엇으로든 제 욕망을 채우고만다고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그는 벌을 받지 않는다. 그게 우리 현실이었다.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 놓는 사람들, 오히려 약한 사람들, 정당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다친다.

 

'빵'에 그 점이 너무도 잘 표현되어 있는데... 이들에게 가장 맛있는 빵은 배부를 때, 편안할 때가 아닌 가장 힘들었을 때 먹은 빵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밀가루를 받으러 간 마당에서 다시 이런 '빵'을 먹는다.

 

못난 사람들, 없는 사람들끼리 서로 돕는 그 장면에서 먹는 빵. 그 빵이 맛없을 리가 없다. 그렇게 소설은 지지리도 궁상을 떠는 사람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생활은 지지리 궁상이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

 

이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고 할 정도로 서로를 도우며, 흥겹게 살아가고 있다. 그런 삶. 가난하지만 그 속에서 자신들의 삶에 충실한 서민들의 모습을 김소진은 소설을 통해서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들을 쫓아내는 그런 사회가 아니라 이들이 서로 웃으면서 지낼 수 있는 그런 사회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읽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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