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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름을 지운다 ㅣ 실천문학 시인선 19
신좌섭 지음 / 실천문학사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절절한 슬픔이 묻어난다. 이 시집의 해설에서 이를 가리켜 '애도'라고 했다. 진정한 애도는 슬픔을 넘어서게 만든다. 그런 애도가 일어나지 않을 때 슬픔은 분노가 된다.
이 시집에 넘쳐나는 애도는 개인의 슬픔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개인의 슬픔으로 그치지 않는다. 개인의 슬픔이 사회의 슬픔으로 확장된다. 사회의 슬픔을 애도하게 한다.
동학농민운동부터 시작하여 세월호로 이어지는 민중들의 비극을 이 시집은 개인사를 통해 애도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자식을 잃은 슬픔이 시집의 주를 이룬다. 이를 우리는 '참척(慘慽)'의 슬픔이라고 한다. 자신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슬픔. 그 슬픔을 통해 시인은 시를 쓰게 된다.
자신의 마음 속에 응어리지어 있던 차마 글로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들이 자식의 죽음으로 인해 시로 나오게 된다. 시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치유하게 된다.
그런데 자식의 죽음으로 시인은 자신의 아버지를, 우리나라 역사를 시로 표현하게 된다. 자기 자식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비극에 그치지 않고 이것이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비극임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1894년 갑오농민전쟁. 4.19 등등 얼마나 많은 민중들이 죽어갔던가. 그들이 원하는 세상을 보지 못하고, 그들은 더 나은 세상을 향해 자신들의 목숨을 버렸다. 이런 역사를 시인의 아버지인 시인 신동엽이 자신의 시로 표현했다.
아버지의 뒤를 시어 늦게 시를 쓴 이 시인 역시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동학농민운동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수많은 죽음이 이어진다. 이런 죽음에 대한 애도를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잊히지 않게 하라
잊히지 않게 하라
갑오년의 핏빛 잠들어 있어도
잊히지 않게 하라
4월의 파도 겁에 질려 울어도
120년 곤두박질치는
우금치의 원혼들이 세월호를 타고 간다
잊히지 않게 하라
육십갑자 돌고 돌아
땅과 하늘
선혈 쏟는 날
신좌섭, 네 이름을 지운다. 실천문학사. 2017년. 109쪽.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뜬 아들을 기리며 쓴 시들이 대부분이지만, 이 시들은 다시 세월호로 목숨을 읽은 우리 아이들을 기리는 시도 된다.
동학에서 시작된 운명이 다시 세월호까지 왔다면 무려 두 번의 육십갑자를 돌아왔다면 이는 우리가 그동안 제대로 된 애도를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이 시집은 우리 마음을 울린다. 개인의 비극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의 비극으로 확장되고, 우리로 하여금 이런 비극들을, 이런 슬픔들을 제대로 애도하게 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애도를 통해 개인적, 사회적 슬픔을 치유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시들이 하나하나 마음을 울린다. 그런 울림을 통해 애도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이런 애도를 통해 슬픔을 치유하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