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시인이었다. 박이도. 이름을 처음 들었다는 느낌. 하긴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시인을 어떻게 알겠는가.

 

  학교 교과서에서 배우는 현대 시인들은 대부분 일제시대에 살다 갔거나 또는 60-70년대에 활약했던 시인들인데... 그 중에서도 60-70년대에는 김수영이나 신동엽 같이 민중시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나 좀 알지 다른 시인들은 알지 못하고 지냈는데...

 

  박이도 전집이 나왔다고, 알라딘 중고 판매에 시집이 떴길래, 문학전집을 낸 시인이라는 생각에 한 번 읽어봐야지 하고 사게 된 것.

 

  순수시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시에 현실이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시의 주종을 이루는 것은 서정적인, 또는 자연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시의 서정성에 많이 다가간 시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내가 읽은 문학전집 2권은 6시집 '안개주의보', 7시집 '홀로 상수리나무를 바라볼 때', 9시집 '을숙도에 가면 보금자리가 있을까', 11시집 '빛과 그늘', 12시집 '자연학습'이 실려 있다.

 

중간에 빈 시집은 기존에 발표된 시들을 엮은 기획시집이라고 한다. 그러니 시들이 겹칠 수밖에 없으니, 전집에서는 이들을 제외하고 엮었다고 보면 된다.

 

이 전집의 장점은 시인의 말과 시의 해설을 다 실어주고 있다는 것... 그래서 박이도 시인이 발표한 시집이 발표 당시 어떤 경향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실린 제목들만 보아도 자연을 노래하는 시들이 많음을 짐작할 수 있고, 실제로 자연을 노래한 시들이 많다. 특히 새들을 노래한 시가 많은데...

 

우리가 흔히 만나는 새들이기도 하고, 또 새는 자유롭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기도 하니 시인은 자신의 마음을 이렇게 새에 빗대에서 표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전집에 실린 시 중에 이 시가 시인의 시를 가장 잘 설명하고 있지 않나 싶다.

 

 내 시(詩)의 첫 줄은

 

내 시의 첫 줄은

항상 낯선 길에 나서는 어린 아이와 같아

어디로 가는 것인지

무엇이 나타날 것인지 궁금해

 

어둠이 순두부처럼 흩어지며

우유빛 새벽 동이 트여 오는 그 길로

엄마 찾아 허둥대며 나서던 겁보

 

호기심이 커져 설렘으로 치달리면

가슴의 맥박은 큰 붕알시계 소리처럼

기우뚱 기우뚱 숨이 차다

 

내 시의 첫 줄은

따뜻한 마음 속 박동치는 음악에서 온다

 

박이도 문학전집 2, 창조문예사, 2010년 초판. 325쪽.

 

그렇다. 이렇게 시인은 첫 줄부터 자신의 마음을 열어놓는다. 어떻게 쓰여질지 자신도 모른다는 것. 그만큼 자연에게서 받은 마음을 글로 옮긴다는 것.

 

이런 마음은 따뜻할 수밖에 없고, 음악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시인은 평생토록 시를 써왔다고 볼 수 있다.

 

자연에 자신을 놓아두는 것, 자연과 함께 되는 것, 그렇지만 어떤 의도보다는 자연히 그러하도록 하는 것. 이것이 박이도 시인의 시들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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