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진
무엇을 주문하러 왔나
태백산맥 넘어 서쪽에서
이 먼 강원도 동쪽 끝까지
오징어를 먹기 위해
홍게, 생선구이를 먹기 위해
펄떡거리는 회를 먹기 위해 왔나
이미 생이 마감되어 숨결을 잃고
뻣뻣해진 건어물을 주문하러 왔나
작은 동이에 담긴 바다에서
헐떡거리며 제 생이 마감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물고기를 주문하러 왔나
힘차게 철썩이는 파도에도
끝없이 바다를 누비던 물고기들의 자유를
찾아 여기까지 왔나
바다와 물고기에게서 잃어버린
너를 발견하려고 여기까지 왔나
과거를 보내고 미래를 찾아
현재를 주문하러 왔나
주문진은 과거와 미래를 현재에 사는 곳
그 주문(呪文)을 주문(注文)하러 이 곳
주문진에 왔나
그래 그래 그래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