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생기면 그것을 없애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재개, 중단에 대한 시민참여단 공론조사 결과를 보고 다시 한 번 느꼈다.
원전이 생기기 전에 공사를 했으면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이미 건설 중인 원전에 대한 공사 중단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문제가 많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공론조사위 결과가 어제(20일) 발표되었다. 오늘자 한겨레신문에 의하면 1차 시민참여단 의견조사를 했을 때, 재개 36.6% 중단 27.6% 판단 유보 35.8%였는데, 최종결과를 살펴보면 재개 59.5% 중단 40.5%로 공사재개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판단을 유보했던 사람들 가운데 더 많은 사람들이 공사 재개 쪽으로 자신의 의견을 바꾸었다는 얘긴데... 그만큼 이미 실시되었던 것을 없애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임을 알 수 있다.
원자력발전이라는 말을 핵발전이라는 말로 하고, 핵발전이 인류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 더 많은 고민을 하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상황에서 시민참여단은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재개 쪽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 의견에 대해서 더 가타부타 말할 필요는 없고, 정부에서도 공론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으니 원자력 발전소 두 기에 대한 공사는 곧 재개될 것이다.
하지만 여론은 그래도 탈핵 정책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 이유로 공론화위원회에서 다룬 핵발전 정책 방향에 대한 선호 의견 추이를 들고 있다.
1차에서는 핵발전 축소 45.6% 유지 32.8% 확대 14.0% 잘 모르겠음 7.5%였는데... 최종결과로 핵발전 축소 53.2% 유지 35.5% 확대 9.7% 잘 모르겠음 1.6%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핵발전 확대와 잘 모르겠음이라는 의견을 냈던 사람들 가운데 더 많은 사람들이 핵발전 축소 쪽으로 움직였다는 얘기다.
그러니 이미 건설하고 있던 핵발전소는 계속 건설하되, 더이상 핵발전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신고리5,6호기 건설 재개를 하겠지만, 더이상의 핵발전소 건설을 추진하지 않을 명분을 얻었고, 그것도 사회적 갈등 상황을 시민들의 의견을 통해서 결정을 했으니, 일종의 '숙의민주주의'를 실현했다고도 할 수 있다.
이제는 핵발전이 아닌 다른 발전에 대한 정책을 펼칠 수 있고, 또 그쪽으로 연구를 하도록 지원할 수 있게 되었으니... 비록 기존에 있던 것을 없애지는 못했지만, 조금은 좋은 쪽으로 움직인 공론화위원회 활동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렇게 한번 만들어진 것은 시민들의 의견을 모으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서도 쉽게 없앨 수가 없으니, 만들어지기 전에 공론화 과정을 먼저 거쳐야 한다는 것에 대해 합의가 되어야 한다.
정부가, 앞으로 이런 일이 있을 때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