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의 동아시아 평화기행 - 한국, 타이완, 오끼나와를 가다
서승 지음 / 창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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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벌한 말들이 난무하는 시대다. 미국의 대통령 트럼프나 북한의 김정은이나 여기에 일본의 아베나 모두 험악한 말들을 쏟아붓고 있다. 우리나라 보수 집단도 마찬가지다.

 

이 말들에 의하면 이미 한반도에는 폭탄이 여러 번 터지고도 남았을텐데, 다행스럽게도 아직 실제 폭탄은 터지지 않았다. 말 폭탄들만 터지고 있을 뿐.

 

그러나 방귀도 자주 뀌면 똥이 나올 수 있다고, 이런 평화와 거리가 먼 말들이 오고가는 중에 말이 아닌 폭탄이 오고 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지금 동아시아는 일촉즉발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위기를 중재할 나라가 없다는 것도 문제고. 예전에는 6자회담이다 뭐다 했는데, 미국이나 일본은 중재할 생각이 전혀 없고,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있으며,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과 우리나라 역시 갈등 국면으로 치닫고 있으며, 러시아는 나 몰라라 하고 있는 상태고, 북한은 오로지 제 길을 가련다고 핵폭탄 제조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동아시아의 평화는 참으로 요원하다. 이럴 때 평화를 생각한다는 것은 곧 우리의 생존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전쟁은 모두의 파멸일 뿐이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평화뿐이니 말이다.

 

조금 오래 되었지만 서승의 동아시아 평화기행이라는 책을 지금에야 읽었다. 지금만큼 평화가 필요한 때가 없는데, 최근 십 년간은 더욱 평화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때였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서승은 재일교포로 우리나라에 와서 19년간 감옥생활을 했다. 일본에서는 한국인으로 차별을 받았으며, 한국에서는 간첩이라는 누명을 받고 감옥 생활을 한 그는 감옥에서 나온 다음에 일본에서 교수로 살아가고 있다.

 

단지 학문을 연구하는 교수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확대하여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무언가를 하는 지식인으로서의 교수로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올해 나온 이명원의 책과도 연결이 된다. 이명원이 오키나와와 우리나라를 연결시키고 있다면 그 전에 나온 이 책에서는 오키나와와 우리나라 뿐이 아니라 타이완까지 연결시키고 있다.

 

모두 일본의 식민지 경험을 한 나라들이고, 일본으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받은 나라다. 오키나와는 지금도 진행형이지만 타이완은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니 타이완 역시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만큼 일본이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과는커녕 오히려 더 큰소리를 치고 있는 형국이니, 미국을 뒷배경으로 하는 것치고는 좀 지나치다고 할 수 있다.

 

서승은 일본이 이렇게 된 데에는 과거청산을 하지 못한 것이 크다고 한다. 천황제를 유지하고 있는 그들은 과거로부터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과는 곧 천황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고, 이는 천황을 비롯한 과거를 청산해야 한다는 것이니, 이들에게는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저지른 일을 사과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기막히게도 그들은 피해자 의식을 지니고 있다. 자신들이 저지른 가해보다는 원자폭탄을 맞았다는 피해의식만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북한에 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남북분단의 책임이 자기들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서는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북한이 일본인들을 납치한 책임만을 묻고자 한다. 이를 빌미로 북한과의 어떤 대화도 잘 하지 않으려 한다. 자신들이 오히려 피해자란다.

 

이런 후안무치한 행위들로 인해 타이완, 오키나와, 그리고 우리나라는 일본과의 관계를 정상화하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고 이웃 나라들에게 진정한 사과를 한 다음에야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는데 일본이 첫발을 내딛지 않기 때문이다.

 

서승의 이 책에 그런 주장이 잘 나와 있다. 그렇다. 지금은 평화가 절실한 때이다. 험악한 말들의 폭탄이 그냥 사라지게, 평화가 정착되게 할 때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부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그리고 일본에게도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재무장하지 마라고... 북한을 위협하는 발언도 하지 말라고... 또한 미국에게도 마찬가지로 요구해야 한다. 남북한 문제가 세계적인 문제이기는 하지만 우선은 당사자인 우리가 주도적으로 풀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분명 타이완, 오키나와, 우리나라는 피해자다. 이들 나라에 대한 가해자는 일본이다. 그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일본은 미국에게는 피해자일지 모르지만 우리들에게는 아니다. 동아시아에서는 일본은 분명 가해자다. 그것부터 인정해야 한다. 인정하게 해야 한다.

 

서승은 감옥에서 나온 뒤부터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여러 활동을 해왔다. 그가 해온 활동들에 대한 글들을 묶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비록 어떤 글은 10년 전에 발표되기는 했지만 이 글에서 주장하는 것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만큼 동아시아 평화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이제는 동아시아에서 평화가 정착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모두가 잘살 수 있다.

 

이 책은 동아시아의 평화를 생각할 수 있도록 자극을 준다. 지금 같은 때에는 더욱 절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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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6 14: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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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6 17: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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