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 자기들끼리는 - 일본의 아베 총리를 비롯한 정권을 잡고 있는 자들과, 한때 우리나라에서 정권을 잡고 있던, 또는 그를 추종하는 - 이미 해결된, 불가역적이라고 발뺌하고 있는 문제.
나라의 잘못으로, 개인이 처절하게 고통을 받아야 했던 문제였음에도 사회가, 나라가 책임지지 않고 문제 해결을 오로지 개인에게 또는 시민단체에게 넘겨버렸던, 그래서 감추거나 버려졌던 문제.
환향녀라는 말을 생각나게 하는 문제.
창피한 일이다. 건국절이니 뭐니 하는 쓰잘데없는 일에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정작 해결해야 할 문제는 외면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사과를 일본에게만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본만이 이나라 우리나라에서 정권을 잡았던, 또 정권을 잡고 있는 지배층에게 먼저 사과를,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너희들이 잘못하지 않았냐고... 꽃다운 나이의 사람들을 전장에 내몰고, 왜 너희들은 반성하지 않냐고. 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 하지 않냐고. 그러고도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한다고 할 수 있냐고.
부끄럽지 않나고,. 그렇게 그들이 몸과 마음을 유린당할 때 그때 총칼을 들고 제국주의 앞잡이 노릇을 한 자들이 정권을 잡기도 한 이 나라 지배층에 대해서.
자신들이 먼저 반성하고 참회하고 용서를 구해야 일본에게 더 강하게 요구할 수 있을텐데... 자신들의 약점이라고 감추기에 급급했던 시절이 있었으니.
개인이 온몸으로 겪어야 했던 비극을 개인이 온전히 책임을 져야했던, 나라에 버림받은 것으로도 모자라 가족에게도 버림받아야 했던 그 비극을... 영화를 보면서 다시 생각하게 됐다.
영화는 나랏일을 하는 공무원이 나온다. 해체된 가족이 나온다. 하지만 책임지고 반성해야 할 정치권은 나오지 않는다. 나와도 그들은 자신들을 알릴 뿐이다.
반면에 민중들은 고통을 함께 한다. 그들에게 남일이 아니다. 생존을 위협받는 사람들, 이들에게 이미 생존을 위협받았던 위안부 문제는 옛날에 있었던 일이 아니다. 현재 자신들에게 닥친 일이다.
나라가 힘 센 사람들에게 붙어 자신들을 내쫓으려 하고 있는 현실. 그 앞에 선 민중들에겐 과거 고난을 받았던 할머니의 일은 자신들의 일과 같은 것이 된다.
여기에, 정신 차린 공무원이 있다. 공무원, 바로 국민을 위해서 일을 해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그런 공무원을 만나기 힘들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이런 공무원을 한 사람 내세운다. 물론 그는 고위 공무원이 될 수 없다.
가장 밑에서 직접 국민들을 만나는 9급 공무원이다. 그가 진급해봤자 5급이라는 고위 공무원으로 올라가기는 힘들다. 영화에서도 공무원은 7급이 된다. 국민들에게 가까이 있는.
가족들과 함께 볼 만한 영화다.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일을 기억하게 하는 영화이기도 하고.
이젠 고위 공무원들도 국민들과 함께 하는, 그래서 국민들이 무엇으로 고통을 받는지, 무엇을 해야 국민들 개인에게 책임지우지 않을 수 있는지, 그런 나라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