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관한 시들이 많이 실려 있는 시집이다. 시집에 실려 있는 '시인의 말'에 의하면 시인은 산에 다니면서 산을 즐긴 지가 30년이 된다고 한다.

 

  그만큼 시인은 산에서 자신을 발견한다. 그 발견을 시로 표현한다. 우리는 시인의 시 속에서 산을 함께 오르고 내리며 또 산을 느끼게 된다.

 

  어린 시절 산을 그리면 참 단순하게 그렸다. 그냥 세모꼴의 형태에 색깔은 초록으로 아주 단순하게 그린 것. 그런데 산은 멀리서 보면 이렇게 단순하지만 가까이 들어갈수록 너무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다양함, 변화무쌍함. 이것을 품고 있는 것이 산이다. 이런 산에 대해 알면 알수록 사람들은 삶에 대해서 알게 된다.

 

자연과 삶이 어떻게 분리될 수 있겠는가. 그런 점을 이 시집에서 충분히 느낄 수가 있다.

 

 하산(下山)

 

내려가는 일이 더 높은 곳에 이르는 길이라고

산이 나에게 가르친다

 

깊게 생각하므로 말수가 적어지고

낮게 밑바닥에 숨어서 지내므로

아래로 아래로 스며드는 물처럼 흐르다가

겸손하게 잦아지거나 앙금으로 남거나

아무도 알아보는 사람 없어 진흙 밭에 뒹굴다가

그때마다 내 영혼은 몸에서 빠져나가

별에 가 닿았음을 알아차리므로

차분하게 사람 사는 모습내려다 보는 이 기쁨!

 

이성부, 도둑 산길, 책만드는집, 2010년. 초판2쇄. 95쪽.

 

이 '하산'이라는 시를 거꾸로 읽는다. 시인은 '내려가는 일이 더 높은 곳에 이르는 길'이라고 했는데, 이는 '올가가는 일이 더 낮은 곳에 이르는 길'이라고 해도 된다. 산에 오르면 오를수록 낮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산행은 오를 때나 내릴 때나 모두 자신을 바라보게 한다.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혼자만이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삶을 생각하게 한다.

 

어쩌면 산행은 자신을 바라보는 일일지도 모른다. 산이라는 거대한 존재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일, 그것이 바로 산행일지도 모른다.

 

그런 점을 시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산처럼 묵묵하게 그러나 모든 것을 받아들이되, 결코 자신을 잃지 않는 그런 존재, 사람들이 꿈꾸는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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