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 2 - 불꽃 속으로 수인 2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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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이다. 에필로그에 이런 말이 나온다.

 

"시간의 감옥, 언어의 감옥, 냉전의 박물관과도 같은 분단된 한반도라는 감옥에서 작가로서 살아온 내가 갈망했던 자유란 얼마나 위태로운 것이었던가. 이 책의 제목이 '수인(囚人)'이 된 이유가 그것이다." (448-449쪽)

 

제목에 대한 이유가 나와 있는 구절이다. 그렇다면 황석영은 수인생활을 청산했는가. 아니다. 그는 영원히 수인이다. 작가라는 숙명은 수인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수인에서 벗어나 무한한 자유를 얻었을 때 작가는 작가로서의 소명을 잃는다. 그는 더이상 할 이야기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황석영이 살아왔던 우리 현대사는 그에게 얼마나 많은 거름을 주었는지, 그 거름이 역하고, 피하고 싶고 고통스러웠겠지만, 농부가 거름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여 작물을 키워내듯이, 작가 역시 그러한 거름을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작품활동을 한다.

 

그런 작가들이 문학사에서 자신의 이름을 남긴다. 영원히 죽지 않는. 비록 그는 수인의 삶을 살았지만 수인의 삶을 살았기에 작품을 통해서 자유를 만났을지도 모른다.

 

이 황석영의 자전을 읽으면서 근대소설이 문제적 개인이 등장하여 문제적 사회를 고발하는 것이라는 루카치의 명제를 단지 인물과 사회의 문제만이 아니라 작가 역시 문제적 개인이라는, 문제적 작가라는 생각을 했다.

 

이 점을 더 굳혀주는 것이 바로 황석영 자신이 왼손잡이라는 사실이다. 그가 오른손으로 글을 쓰고 활동을 주로 했지만, 무의식 중에는 왼손이 먼저 나온다는 그런, 왼손잡이가 겪어야 했던 일은 그를 문제적 작가로 만들어주기에도 충분했다고 본다.

 

"이들 오른손잡이를 위한 물건들과의 불화를 통해서 나는 세상과 사물을 다르게 보는 방식을 가지게 된다. 작가로서 남들과 달리 보는 방식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 (444쪽)

 

이런 개인적인 면과 우리 사회의 극단적인 면이 황석영 개인에게 작용하여 그는 현대사 격랑의 한복판에 서게 된다.

 

단지 소설가로서가 아니라 문화운동가로서 또 통일을 열망하는 사람으로서 굴곡많은 현대사를 주류가 아닌 비주류의 처지에서 살아오게 된다.

 

2권에서는 그래서 그의 과거 모습, 우리나라 70-80년대 모습을 알 수 있게 된다. 황석영 개인의 사적인 일보다는 우리 사회와 겹치는 면이 더 많다.

 

따라서 단순한 한 사람의 자서전이라기보다는 황석영이라는 개인을 통해 보게 되는 우리 현대사인 것이다.

 

방랑 - 감옥5 - 파병 - 유신 - 광주 - 감옥6 - 에필로그

 

이것이 2권의 구성이다. 제목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격동의 한국현대사가 드러나 있다. 월남 파병을 다녀오고, 그곳에서의 경험이 "무기의 그늘"이라는 소설로 나오게 되고, 광주는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라는 책으로 나오게 되는...

 

그의 방랑시대에 겪었던 일들은 "객지"라는 소설로 형상화되며, 그의 가족들의 비극은 "한씨 연대기"라는 소설로 우리에게 다가오게 된다.

 

이렇게 그는 시대에 언어에 갇힌 생활을 하지만, 그 갇힘을 통해서 오히려 자유를 더욱 선명하게 그려 자유를 우리 곁으로 데려온다. 수인이 되어서 자유를 알게 되는 것, 그 자유를 작품으로 우리에게 내보이는 것, 그런 모습들을 2권에서 볼 수 있다.

 

다시 한 번, 황석영에게 수인의 생활이 끝났을까? 질문을 한다. 답은 역시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에게 수인 생활이 끝났다는 것은 작품 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얘기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는 여전히 수인이다. 다만, 남에 의해 강제로 갇힌 수인이 아니라, 스스로 작품을 위해 가둔 수인, 아직도 사회는 여전히 문제적 사회이기 때문에 그는 문제적 작가로 수인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고희를 훨씬 넘어선 그가 앞으로도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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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kim 2017-09-07 0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 때 골수 팬 이었는데...갈짓자 행보에 대한 충분한 반성과 자숙이 없는 글 쓰기는 자기변명에 다름아니다.

kinye91 2017-09-07 09:03   좋아요 0 | URL
황석영 작가처럼 많은 작가들이 변했지요. 이 책에 나오는 김지하 같은 경우도 그렇구요. 님의 말씀처럼 반성과 자숙이 있는 글쓰기를 해야 더 좋은 작가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bgkim 2017-09-07 09: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젊은 날의 그는 이문구씨와 함께 제가 사랑 했었더랬죠.비록 짝사랑 이었지만 행복한 시절 이었구요.어제도 한 방송사의 모 프로그램에 나와 그 특유의 구라를 풀더군요.한 참이나 멍 해지더군요.제가 편협한 건지 과거 일제에 부역한 그의 선배 문인들이 생각나는 씁쓸한 아침입니다.제가 너무 나갔나요.님의 독서활동에 초를 친거 같아 죄송하네요.좋은 하루 되세요.

kinye91 2017-09-07 11:44   좋아요 0 | URL
제 독서활동에 초를 친 것은 아니고요... 저는 그의 자전을 통해 우리 현대사를 보게 되어서 이 책이 좋았고요, 황석영 개인에 대한 평가는 각자의 관점에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2017-09-07 1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07 1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