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존재들에게서 관련성을 찾아내는 일. 지구상에 있는 사람이면 최소한 일곱 다리만 건너면 모두 아는 사람이 된다는 말처럼, 지구상에 존재하는 것들이 서로 연관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런데 시를 읽으며 그 연관성을 찾으려 하는데 도무지 찾아지지 않는다.
왜 이런 시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읽는다. 자꾸 읽으며 무언가를 느끼려고 한다.
그렇다. 느끼려고 할 뿐이다. 느끼면 된다. 그것을 굳이 머리로 해석하려 할 필요가 없다.
좀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그런 시들, 그냥 부옇게 흐린 상태로 마음 속에 들어오는 시, 그렇게 받아들이면 된다.
여기서 어떤 합리성을 찾으려 하면 안 된다. 사물들 사이에 연관성이 한 단계가 아니라 여러 단계를 건너뛰었기에 찾기가 힘들다.
찾기는 힘든데, 그냥 무언가 있겠단 생각이 든다. 그렇게 시는 다가온다.
송승언 시집을 읽는다. 젊은 시인이다. 젊은 시인들...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시인이 자유롭게 구사하는 언어들이 읽는 이에게는 전혀 자유롭지 않다. 시인은 언어를 풀어놓았다고 하겠지만 읽는 이는 풀어진 언어를 잡아 자신의 마음에, 머리에 고정시키려 한다.
여기서 언어들 사이에 의미 차이가 생긴다. 시인과 읽는 이는 같은 언어를 두고 다른 생각을 한다. 시인은 시인대로, 읽는 이는 읽는 이대로.
여기 시 한 편이 있다.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그냥 읽는다. 읽고 읽고 또 읽고. 그렇지만 의미는 다가오지 않는다. 어쩌면 의미를 찾는 일이 무의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법과 환자다. 제목이 '법 앞에서'인데... 법 얘기는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법 앞에서
그가 문을 열고 나오자, 환자들의 긴 행렬이 보였다 죽을 때까지
돌봐도 다 돌보지 못할 만큼 많았다
때로 아픔은 신비로웠다 머리에 붕대를 감은 사람들이 많았다 환자들은
높은 언덕을 넘어 그의 병원으로 오고 있었다
아침이면 널린 신비를 걷어야겠다는 생각도 했고
붕대를 풀자 벌어진 살점 속으로
빛이 섞여 들었다
흔적이 남을 겁니다 누가 파헤친 것처럼
어지러운 화단에 꽃이 없었고
미처 예약을 못 한 환자들이 화단에 삼삼오오 모여들며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송승언, 철과 오크, 문학과지성사, 2015년. 초판 4쇄. 17쪽.
법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환자들이 나오고, 갑자기 화단이 나오고... 뭐야,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문득, 같은 제목을 지닌 카프카의 소설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카프카 소설을 다시 찾아 본다. 이 소설 역시 무척이나 짧다. 내가 갖고 있는 책으로는 3쪽밖에 되지 않는다. 이 역시 법 얘기라고 하기는 힘들다.
문지기에게 막혀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 이야기. 법은 그토록 철통 방어를 하는가. 그렇다면 법은 우리를 의사가 환자를 대하듯이 규정적으로, 절대적으로 작용하는가.
별별 생각이 들지만 잘 모르겠다. 그냥 법은 의사, 환자들은 법관 앞에 있는 사람들, 예약을 못 한 환자들은 아직 법관 앞에 서지 않은 사람들이지 않을까, 그러나 그들 역시 언제 법 앞에 설지 모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참, 의미 연결이 힘든 시들이다. 이 시집에 있는 시들은. 오죽하면 해설의 제목이 '의미의 미니멀리즘'이겠는가.
최소의 의미.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이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의미 찾기를 포기하면서 읽은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