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담사 가는 길
맑은 연못 백 개 있어
연못 하나 진리 하나
진리 하나 구원 하나
드러나지 않아 드러남이여
만해는 백담에
시 하나씩 88편
다 채우면 남이 채울 것 없어
12개를 남겨 놓았을 터
다음에 올 일해를 위함은 아니었을진대
굽이굽이 백담에
일해도
연못을 한 자락 메우고 있는지……
나무들이
큰 놈, 작은 놈
곧은 놈, 비뚤어진 놈
가리지 않듯
물이
더러운 물, 깨끗한 물
굽이치는 물, 곧게 흐르는 물
백담은
사람은 사람일 뿐,
생명은 생명일 뿐이라
하여
백담에는
만해도, 일해도
나같은 한산객(閑散客)도 있는 것
아닐런지.
---- 만해 : 한용운의 호
일해 : 전두환의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