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포에서

- 단종의 말


1456년 6월 22일

한양에서 몇 천 리

인적없는 이 곳에

애오라지 자연만이 벗

캄캄한 밤

흐르는 물소리는

충신들의 피눈물,

피울음 소리

넘치는 물에 내 삶터

잠기기도 했으나

한양은

저 먼 곳, 이 곳엔

없었으니.


2010년 6월 18일

홍수 대비라는

허갈의 공사판

흘러야 하는, 넘치기도

해야 하는 물을

가두기 위한

트럭들의 무정한 소리,

소나무보다 커가는 큰크리트들

물 맑고 숲 푸른

내 집

잠기지 말라고 만드는

회색 물터들

과거와 현재, 자연과 인공의

어정쩡한 조합

자연에 있는데

인공이 보이는 기분

이 곳에 있어도

눈 앞엔 한양이 펼쳐지니

4대강,

영월 저류지 공사

날 두 번 울리는

저 회색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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