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아리랑


산 좋고 물 좋은 동네

숲이 우거지고 나무들은 뗏목이 되어

한양으로 한양으로

사람 살게 하는 재목이, 땔감이 되고

그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강을 가던

정선은 뗏목꾼들의 목숨값을 노래로 달랬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이 산 좋고 물 좋던 고장은

나무 대신 땅 속에서 석탄을 내어

탄광으로 막장으로

다른 이들의 생명을 잇기 위해

다른 이들의 겨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정선은 광부들의 목숨값을 노래로 달랬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폐광이 늘고 인부들이 떠나 폐가만 늘어

정선은 버려진 곳

레일바이크로 다시 사람을 불러 모았으나

어찌어찌 산 좋고 물 좋은 이 곳에

강원랜드, 카지노를 만들어

정선은 사람들의 도박값을 노래로 달래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정선은 여전히 산 좋고 물 좋은데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다고(길재의 시조)

뗏목도 석탄도 아닌 도박으로

도박값이 목숨값을 대신하는

그런 곳이 되었지

목숨값이 넘치던 내 기억 속 정선은

이제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정선아리랑으로만 남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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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2 10: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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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2 11: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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