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만  보고 살아가는 시대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위만 보고 살아온 사람들에겐 이런저런 흠결들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위로 올라가기 위해 많은 것들을 밟았을테니 말이다. 자신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별이 되기 위해 진흙을 짓뭉개고 없애려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흠결 때문에 더 위로 올라가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높이 높이 올라가면 그 거리 때문에 흠결이 보이지 않을테니까.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별과 진흙 사이를 오르내렸을 것이라고 한다. 이 시집의 제목이 된 '단 한 사람'에서도 '나는 별일까, 진흙일까' (42쪽) 되뇌어 보기도 한다.

 

별이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만은, 모든 사람이 다 하늘에 있는 별이 될 수는 없다.

 

그런 별들만 있는 세상은 오히려 더 비참할지도 모른다. 시인은 그래서 지상의 풀들에게서 별을 본다. '풀은 별이에요' (12쪽)

 

오히려 진흙에서 별을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이 시집을 읽으면서다. 시인의 시들은 그렇게 비루한 것들에서 반짝임을 본다. 그렇다. 우리는 그런 일상에서 별을 찾아야 한다.

 

'독거초등학생'(37-41쪽)이라는 짧지 않은 시를 보면 풀이 별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독거노인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독거초등학생이라니. 이 학생의 삶을 진솔하게 시로 써내려간 이 시는, 정말, 우리에게 별은 오히려 밑에, 땅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런 정서를 지니고 있는 시로 '지하철 칸 속 긴 횃대에 앉아 그리어 보네'란 시를 들 수 있다.

 

        지하철 칸 속 긴 횃대에 앉아 그리어 보네

 

  지하철 칸 속 긴 횃대에 사람들이 쪼르르 줄지어 앉아 조는 그 속에 나도 끼어 졸면서 깨면서 그리어 보네

 

  앉은뱅이 그는

  일어나고 싶지 않은 願病을 이룩한 사람

 

  장님 그는

  보고 싶지 않은 願病을 이룩한 사람

 

  절름발이 그는

  앞달리고 싶지 않은 願病을 이룩한 사람

 

  벙어리 그는

  아무것도 말하고 싶지 않은 願病을 이룩한 사람

 

  지금 이 칸 속에 나타났다 다가와 앞을 막다가 돌아 저 칸으로 사라진

  자신의 바람에 의해 현생을 이룬

  세상의 적지 않은 그들, 장애의 願病人들

 

  그들이 사라진 뒤에도 이 칸 속에는

  그들이 다가왔을 때처럼 언제고

  조용하고 작은 물품

  껌이나 볼펜, 실꾸리 따위가 돌고 있네

  그들 붉은 손바닥 안에서 願病의 묘약처럼 꺼내어 디밀어 주던

 

  껌이나 볼펜, 실꾸리 그리고 동전 바구니……

 

이진명, 단 한 사람, 열림원. 2004년. 18-19쪽

 

장애인을 무시하고 천대하고 피하려고만 하는데, 지하철 의자에 앉아 있다가 시인은 이런 상황을 그리어 본다. 그들은 어쩌면 자신의 소원을 이룬 사람이 아닐까. 중생을 구원하겠다는 서원을 한 지장보살처럼, 그들 역시 세상의 어떤 면을 하나하나 떨어낸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

 

그들의 그런 서원 성취가 지하철 안에서 작은 물품들로 우리에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그들은 우리들의 생활을 비춰주는 별이 아닐까 하는 생각.

 

별은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 있음을, 그것도 우리보다 더 대단한 존재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보다 못한 존재로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

 

우리가 보지 않으려 애써 눈감으려 했던 것들을 시인은 시를 통해 우리 앞에 끌어내준다. 보라고, 이것은 눈 감는다고 외면한다고 존재하지 않게 되지 않는다고. 오히려 이들을 별로 보라고. 별이라고 생각하라고.

 

우리들 인생을 비춰주는 별. 그 별을 길잡이 삼아 우리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하도록 하고 있다. 시에 나타난 시들이, 별을 찾기 위해 하늘이 아니라 땅을 보아야 함을, 우리 주변을 보아야 함을 나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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