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특정한 개인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는 자신들은 아무런 잘못도 없는 양 행세하는 정치인들을 보면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국무총리부터 장관들, 그에 준하는 사람들의 청문회를 보면서 도대체 청문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깨끗할까 하는 생각을 한다.

 

자신들이 얼마나 흠결이 없으면 상대방을 저토록 파렴치범으로 몰까 하는 생각.

 

자기들처럼 만만한 짜장면이 나올 줄 알았는데, 세상에 자기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삼선짜장면이 나왔다는 건가. 이건 지금 어울리지 않는다고. 그 값을 치를 능력이 없다고.

 

그래서 이렇게 물고뜯는 것일까. 자신들이 잘못한 것은 사과조차 하지 않고. 여전히 자신들이 잘못하고 있음을 인정하지도 않고.

 

깔끔하게 사과하고, 잘못을 고치려는 행동을 해야 하는데, 구태의연한 방법으로, 이미 지나갔다는 태도로 다시 정치에 임하는 그들을 보면서, 똥 묻은 개들이 겨 묻은 개를 욕한다는 생각을 했으니.

 

'나라다운 나라'

 

물론 깨끗한 사람들, 흠결 없는 사람들이 '나라다운 나라' 만드는데 동참했으면 좋겠지만, 이미 지나간 과거를 되돌릴 수는 없으니, 그 과거를 사과하고 고쳐서 행동하는 사람이면 충분히 동참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마저도 거부하고 있으니, 정작 사과해야할 족속들이 도리어 큰소리를 치는 형국이라니. 그렇게 다시 그들의 사과 없는 큰소리로 '나라다운 나라' 시작을 하기도 힘드니...

 

그런 그들을 보며, 김이듬의 '사과 없어요'란 시를 적용할 수 있단 생각을 했는데... 물론 시와 지금 현실의 방향은 많이 다르지만.

 

다만 우리는 우리가 잘못 발음했다고, 잘못 행동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잘못에 공동 책임이 있는 자들에게 그 책임을 제대로 물을 시간이 아직 오지 않았을 뿐이라고, 그 시간이 오면 그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과하고 고치면 괜찮을텐데,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요, 미래일테니, 그렇게 사과하고 함께 가면 더 좋을텐데...

 

 사과 없어요

 

  아 어쩐다, 다른 게 나왔으니, 주문한 음식보다 비싼 게 나왔으니, 아 어쩐다, 짜장면 시켰는데 삼선짜장면이 나왔으니, 이봐요, 그냥 짜장면 시켰는데요, 아뇨, 손님이 삼선짜장면이라고 말했잖아요, 아 어쩐다, 주인을 불러 바꿔달라고 할까, 아 어쩐다, 그러면 이 종업원이 꾸지람 듣겠지, 어쩌면 급료에서 삼선짜방면 값만큼 깎이겠지, 급기야 쫓겨날지도 몰라, 아아 어쩐다, 미안하다고 하면 이대로 먹을 텐데, 단무지도 갖다 주지 않고, 아아 사과하면 괜찮다고 할 텐데, 아아 미안하다 말해서 용서받기는커녕 몽땅 뒤집어쓴 적이 있는 나로서는, 아아, 아아, 싸우기 귀찮아서 잘못했다고 말하고는 제거되고 추방된 나로서는. 아아 어쩐다, 쟤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고, 그래 내가 잘못 발음했을지 몰라, 아아 어쩐다. 전복도 다진 야채도 싫은데

 

김이듬, 히스테리아, 문학과지성사. 2014년.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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