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를 먹으며
- 납골당
하얀 통을 집으로 삼아 너는
하얀 분말로 변해 버렸지
한 잔의 술을 마시고
늘 국수 먹자고 하던 너는
길고도 가느다란 면발을
후루룩 후루룩
또 한 잔의 술에 곁들여
잘도 먹었지
국수는 장수의 상징
가느다랗더라도 길게
길게 우리 생을 살아가는 것
국수를 좋아하던 너와
국수를 좋아하던 나는
함께 국수를 먹으며
오래도록
한 잔의 술을 기울이며
세상사를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이제
하얀 통 속
흰 가루로만 남은 너를
도저히 면발이 될 수 없는 너를
국수를 먹으며 되새기고 있는
길벗을 잃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