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기술
유시민 지음, 정훈이 그림 / 생각의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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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이 글을 쓰는 시대가 되었다. 긴 글이 아니더라도 페이스북이나 아니면 카카오톡과 같은 매체를 통해서 자신의 주장을 글로 쓰거나 (분명 말이 아니라 글이다. 이제는 말의 시대가 아닌 글의 시대가 되었다. 이 글에서 유시민이 주장하듯이) 어떤 글에 대해서 댓글을 다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이렇게 모두가 글을 쓰지만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을 지닌 사람은 별로 없다. 자신들의 글쓰기에 대해서 만족하지 못하거나 어떤 글을 쓴다는 일에 대해서 두려움을 갖기도 한다. 특히 긴 글을 쓸 때는 더 큰 두려움을 지니고 아예 시도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어쩌면 긴 글에 대해서 두려움을 지니게 된 이유는 입시나 취업에 필요한 자기소개서를 쓰는 데서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써야 합격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데서부터 두려움은 시작된다. 왜냐하면 글쓰기의 과정을 생각하지 않고 결과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과 우선주의는 대다수의 사람들을 실망시킬 수밖에 없다. 입시나 취업이나 모두 소수만이 합격할 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목적 위주의 글쓰기는 사람들을 주눅들게 만든다. 그리고 글쓰기에서 멀어지게 한다.

 

이런 자기 소개서를 잘 쓰고 싶으면 이 책 4장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를 읽어 보라. 분명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글을 안 쓰고 살 수는 없는 세상이다. 어떻게든 우리는 글 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세상에 살기 때문이다.

 

어차피 글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잘 쓰도록 해야 한다. 최소한의 글쓰기 기술을 익힐 필요는 있다. 최소한의 글쓰기 기술이다. 이를 이 책 제목 대로 하면 '표현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간은 누구나 다 자신을 표현하고 살고 자신의 의견을 남에게도 알리고 남들이 자신과 같은 생각을 지니기를 바라니까 말이다. 이를 글로 표현하든 말로 표현하든.

 

여러 책을 낸 유시민이 '표현의 기술'이라고 해서 글쓰기의 기술을 보여주는, 아니 기술이라기보다는 글쓰기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쓰면 좀더 편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다양한 종류의 글쓰기를 예로 들어 적절한 표현 기술을 알려주고 있다. 꼭 이대로 따라하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은 이렇게 썼고, 이렇게 생각한다고, 그 생각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하든, 따라하지 않든 그것은 읽은 사람 마음이다. 다만 읽다보면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어느 정도는 없앨 수 있다. 그만큼 친절하고 자세하게 글쓰기 표현 기술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자신을 작가라고 불러달라는 유시민의 말처럼, 작가는 읽는 사람을 중심에 두고 글을 쓴다고 하는 그의 말처럼, 읽는 사람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글쓰기를 하고 있다.

 

표현의 기술이라는 책으로 자신의 글쓰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딱딱하고 기계적인 글쓰기 책이 아니라, 쓴 사람의 마음이 느껴지는 그런 글쓰기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책은 유시민 혼자만의 책이 아니다. 만화가 정훈이와 함께 한 책이다. 유시민의 글 중간중간에 정훈이의 만화가 글의 내용과 어울리게 들어 있다. 그 점도 이 책이 지닌 표현의 기술이다.

 

또 뒷부분은 만화가 정훈이의 표현의 기술이다. 어떻게 표현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보다는 자신이 어떻게 해서 만화가가 되었나 하는 점을 중심으로 만화를 그려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또 하나의 표현의 기술이다.

 

둘이 함께 또 따로 만들어간 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표현의 기술이라는 제목보다는 어떻게 하면 자신의 마음을, 진심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는 표현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글쓰기는 기교가 아니다. 자신의 마음을 담을 표현을 찾아내는 일이다. 그 표현을 찾아내 그것을 글로 남에게 전달하는 것이 바로 글쓰기다. 그런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고 진심이다. 이런 진심이 이 책에서는 잘 느껴진다.

 

진심을 남에게 전달하는 것, 그것이 바로 표현의 기술이니... 진심은 그렇지 않은데 참으로 표현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른들뿐만이 아니라 학생들도 자신의 마음을 적확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예전에는 수줍어서 그렇다고 이해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아니다. 서투른 표현, 마음과는 반대로 하는 표현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딱 좋다.

 

아니 오해가 아니다. 상대방은 그 표현의 의도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방이 내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게 글을 쓰는 것, 내 마음을 진실되게 전달할 수 있는 글을 쓰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표현의 기술'이다.

 

이 책은 그 점을 명확하게, 글로, 만화로 잘 보여주고 있다. 

 

덧글

 

의문 : 48쪽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이란 책에서 두 가지 도덕법을 밝혔는데, 다들 아시는 정언명령 1번과 2번입니다. 146쪽 이것이 <순수이성비판>에 있는 정언명령 1번입니다.ㅡ 라고 되어 있는데,

 

 내가 알기로는 정언명령, 가언명령은 <순수이성비판>이 아니라 <실천이성비판>에서 칸트가 주장한 내용이다. 뭐 실천이성비판이 순수이성비판의 부록 쯤 된다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내가 갖고 있는 책에 작은 제목으로 -부(附). 순수이성비판-이라고 되어 있으니.

그래도 보통은 정언명령은 <실천이성비판>에서 나온다고 하니까 이 점은 고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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