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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치유 식당 - 당신, 문제는 너무 열심히 산다는 것이다 ㅣ 심야 치유 식당 1
하지현 지음 / 푸른숲 / 2011년 3월
평점 :
심리학에 관한 책. 그렇다고 심리학을 전문적인 용어로 설명하고 있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소설의 형식을 빌려 심리학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심리학에 관한 책이라기 보다는 심리 치유에 관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상처 하나쯤은 있다고 했지만, 이 상처는 누구나에게 있지만 자신에게는 유일무이한 상처다. 남과 비교할 수 없는 너무도 아픈, 혼자서는 이겨내기 힘든 그러한 상처다.
상처가 무늬가 되고, 그것이 아름다움이 되어 삶을 더욱 다채롭게 한다고 하지만, 정작 상처받고 있는 사람에게는 아름다움이나 무늬가 아니라 아픔일 뿐이다. 견디기 힘든 아픔, 이 아픔 속에서 헤매다 보면 도저히 앞이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상처받은 자신을 보듬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면 상처는 곧 아물게 되고, 아문 상처는 무늬로 남아 삶의 결을 더욱 아름답게 한다. 그래서 그런 사람은 살 만하다고 말하게 된다.
살 만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 상처를 이겨냈을 때다. 상처 속에서 헤맬 때, 허우적 거릴 때는 살 만하다는 말을 할 수가 없다. 누구나 지니고 있는 상처지만, 그 상처를 자신만 지니고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자신을 객관화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신을 객관화할 수 없을 때 그때가 가장 힘들다. 자신에게서 조금만 거리를 두어도 별 것 아닌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닌데 할 수 있지만, 이 거리가 쉽게 생기지는 않는다.
거리를 두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것이 정신과 의사든, 상담치료사든, 가까운 친구든, 가족이든 누군가가 곁에 있다고 느끼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게 된다.
가장 좋은 방법, 함께 하는 것, 특히 함께 무언가를 먹는 것, 그것이 말 그대로 식구(食口)다. 그런 식구들이 모일 수 있는 곳 바로 식당이다.
특히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저녁이고, 그러므로 이 책 제목인 심야치유식당은 마음을 다스리는 장소와 시간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심리학 책이면서 소설의 형식을 취했기에 그냥 소설을 읽는다는 기분으로 읽어도 좋다. 다양한 상처를 지닌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에게 감정이입을 해도 좋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치유를 하는 주인공 철주에게 감정이입을 해도 좋다.
흔히 상처받은 사람들은 무언가가 결핍되어 있거나 삶에서 실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에 등장하는 그들은 자신의 삶에서 열심히 살아왔던, 그것도 너무 열심히 살아왔던 사람들이다.
너무도 열심히 살아왔기에 앞만 보고 달릴 수밖에 없었고, 이들에게 멈춤은 뒤처짐, 낙오를 의미했다. 조금이라도 쉬면 죄책감에 시달리며, 불안감을 느끼고 계속 자신을 채찍질 하던 사람들.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 아닌가. "열심히 살아온 당신, 떠나라!"는 광고가 있었는데, 떠날 수 없는, 떠나면 무언가 도태되는 듯한 느낌을 받은 사람들이 바로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 보통 우리들 모습이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살아왔을 때 놓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자신이다. 바쁘게 살아왔기에 식탁에 앉아 함께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시간도 내지 못하는 사람들,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한데, 이렇게 지내다 문득 결핍된 자신, 상처받은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삶에서 무기력을 느끼고, 난 뭔가,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는가 하는 생각에 무기력,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는 열심히 살아왔던 보통 사람들.
이들에게는 달리는 것만큼이나 멈춤이 중요하다는 것, 삶의 의미를 찾은 행위만큼이나 삶에서 아무런 의미를 찾지 않고 멍 때리는 일도 중요하다는 것, 그것을 이 책에서는 여러 등장인물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삶에서 어떤 의미만을 찾으려고 하는, 오로지 어떤 목표만을 향해 달리던 사람들이 갑자기 삐끗하면서 삶의 회의에 빠지는 것, 슬럼프에 빠지는 것, 자신도 그 원인을 모르고 해결책을 모르는 상태.
이때 치유법은 간단하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자신이 하지 않았던 일을 하는 것, 자신을 놓아주고 그냥 지켜볼 수 있는 것. 혼자 하긴 힘들다. 그래서 지지해주고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 식당에 들렀던 사람들, 이들에게는 함께 해주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먹어주고 함께 여행해주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치유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멍석을 전직 정신과 의사가 주도했기에 가능했겠지만.
소설의 형식을 빌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등장인물 중 어느 한 사람에게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사람에게서 자신을 발견하면 자신의 상처를 객관화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등장인물들이 심야치유식당에서 이렇게 치유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동안 읽는 사람도 치유를 받게 된다. 이게 이 책의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다 상처 하나쯤은 있다. 누구나 있는 상처가 자신에게는 유일무이한 상처이기도 하지만, 그런 상처를 나만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 그 깨달에서 우리는 상처를 극복하게 되는 출발점에 서게 된다.
그런 출발점에서 우리를 앞으로 더 나아가게 하는 책이 바로 이 책이기도 하고. 너무도 열심히 살아온 당신, 이제는 잠시 멈춰서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쉬어라. 그게 바로 삶의 결에 아름다운 무늬 하나를 더하는 길이다.
당신에게 어떤 상처가 발현되기 시작한다면 우선 쉬어라. 멈춰라. 그러라는 신호다. 이 책은 그 점을 너무도 잘 알려주고 있다. 예전에 읽었던 "일곱 개의 방"과 같은 형식을 지닌 심리 치유 소설의 형식을 띤 심리학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읽기만 해도 좋다. 이런 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