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의 시는 쉽다. 읽기도 쉽고, 마음 속에도 쏙쏙 들어온다. 그의 삶이, 또 그의 시가 그렇게 우리 곁에 친숙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이 시집에는 '이야기시'라고 할 수 있는 시들이 많다. 마치 짧은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주는 그런 시들.

 

  제목이 된 '그 여자네 집'이란 시도 그렇고, 또한 이 시집에는 김용택의 고향이 눈에 보이는 듯이 잘 표현되어 있다.

 

  하지만 이 시집에는 '이야기시'하고는 다르게 짧은 시들도 많다. 시인의 감정을 압축해서 들려주는 시들.

 

  첫시인 '첫눈'과 마지막 시인 '이별'이 참 짧다. 마치 일본의 하이쿠를 연상시키는 듯한.

 

      첫눈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던 이름 하나가 시린 허공을 건너와 메마른 내 손등을

적신다

 

김용택, 그 여자네 집, 창비, 2008년 초판 25쇄. 6쪽.

 

     이별

 

서리 친 가을 찬물을

초승달같이 하이얀 맨발로

건너서 가네

 

김용택, 그 여자네 집, 창비, 2008년 초판 25쇄.94쪽

 

이런 시들은 시 길이가 짧지만 상상할 수 있는 내용은 이야기시만큼이나 길다. 무한히 자신의 상상력을 펼쳐갈 수 있다. 이게 시가 지닌 매력이기도 하고.

 

시집을 읽다 머리 속에 남아 있는 시들도 만나곤 했는데... 이 시를 만나고는 대칭에 대해서 생각했다. 세상은 대칭으로 이루어져 있다는데, 이런 대칭을 생각한다면 세상이 좀더 아름다워지고 행복해지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나 할까.

 

 세상의 길가

 

내 가난함으로

세상의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배부릅니다

내 야윔으로

세상의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살이 찝니다

내 서러운 눈물로

적시는 세상의 어느 길가에서

새벽밥같이 하얀

풀꽃들이 피어납니다

 

김용택, 그 여자네 집, 창비, 2008년 초판 25쇄. 62쪽.

 

이 시를 거꾸로 읽는다. 내가 배부를 때 내 배부름으로 가난한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내가 살이 찔 때 누군가는 야윌 수가 있으며, 꽃들이 환하게 환하게 피어날 때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고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

 

양지에 있는 사람들. 세상에는 자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는 전혀 다른 위치에 있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

 

그것을 거꾸로 생각하게 해주는 시다. 그래, 세상은 대칭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다. 우리 몸도 대칭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사회 역시 대칭이다. 아무리 중간을 키운다고 해도, 중간이 넓어진다고 해도 양 끝은 있다.

 

이 양끝을 볼 수 있는 사람, 특히 없는 자리를 더 잘 볼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시인이다. 그런 시인들의 시를 읽으며 우리는 어느 한 쪽만 보지 않게 된다. 우리가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쪽은 작고 하찮고 쓸쓸한 것들, 그러한 존재들이지 않을까 한다.

 

이 시 거꾸로 읽자. 그러면 세상은 조금이라도 좋아지기 시작한다. 특히 요즘 같은 시대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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