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운 국민 -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근대 국가의 법과 과학 RICH 트랜스내셔널 인문학총서 5
홍양희 엮음, 한양대학교 비교역사문화연구소 젠더연구팀 기획 / 서해문집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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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차별은 사라졌을까? 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 아직도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여성이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이런 차별의 뿌리는 깊고도 깊다는 것을 이 책이 말해주고 있다.

 

이 책은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는다. 일제시대부터 시작을 한다. 법 규범이 근대적으로 확립되기 시작한 시기부터 여성이 법에서 어떻게 규정되었는지를 살핀 책이다.

 

여러 논문들을 모아 놓은 책인데, 법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이 얼마나 차별을 받았는지, 여성을 독자적인 존재로 인식하지 않고 사회 구성원이나 가족 구성원의 일부로만 인식했음이 이 책에 잘 나와 있다.

 

가령 이 책에서 이야기한 간통죄를 보면, 지금은 다행히 폐지되었지만,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법이었다고 한다.

 

배우자가 있는 여자에게만 간통죄가 성립되었고, 간통죄로 고소를 하면 반드시 이혼을 해야 했으니 경제적으로 자립할 능력이 없는 아내들은 남편의 간통을 알고도 고소를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반대로 남편이 아내와 이혼을 하고 싶은 경우, 어떠한 보상도 하지 않고 싶은 경우에는 아내를 간통죄로 고소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 참으로 여성에게 불리한 법이었다.

 

만인에게 평등한 법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음행매개죄나 혼인빙자간음죄 등에서도 '음행의 상습이 없는 부녀'라는 이름으로 여성을 온전한 인격체로 다루지 않고 있었음을 알 수 있으며, 해방이 되고 나서 국적을 취득하는 과정에서도 여성에게 불리한 법 적용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지금은 폐지된 호주제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아야 하는데, 가족을 남편을 중심으로 보았듯이 국적 역시 남편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동성동본금혼법도 문제가 되는데, 개인이 사랑을 하고 결혼할 자유를 구태의연한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옥죄고 있었던 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법에 의해 남성들보다는 주로 여성들이 고통을 받았다고 할 수 있는데, 지금은 이런 법들은 폐지가 되어 다행이지만 이런 법들이 유지되어 왔던 관계로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차별의 잔재들이 남아 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남성에 비해 여성이 월급을 적게 받는다든지, 취업을 할 때 불이익을 받는다든지, 육아휴직을 하고 재취업을 할 때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든지, 가사노동과 직업노동을 병행하는 일을 도맡게 된다는지 하는 등등 여전히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지낸다고는 할 수 없다.

 

여기에 마직막 부분 배아복제로 인한 난자 제공 문제를 다루고 있다. 여성의 몸에서 나오는 난자를 여성과 동떨어진 어떤 사물로 취급하고, 이것을 국가주의에 환원시킨 그때의 열광이 여성에게 얼마나 폭력적이었는지를 다루고 있다.

 

국익을 위해서 개인의 몸을 희생하라는, 그것도 여성의 몸을 희생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되는 논리인데, 그것이 먹혀들었던 때가 있었음을, 적어도 이러한 과학 연구는 여성을 떠나서 생명이라면 모두가 존중받아야 함을, 신성불가침한 생명권이 있음을 망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논의들이 쌓여 세상이 조금더 평등한 쪽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단지 남성과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성이 되고 싶은 여성, 여성이 되고 싶은 남성 등 다양한 성정체성이 있음을, 그것을 인정해야 발전된 사회임을 생각하게 한다.

 

이제는 법 쪽에서는 남녀가 많이 평등해졌다고 본다. 세상에 자신의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아내들에 관한 법이 있었다는 것은 지금 생각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는 않았다. 남성과 여성만이 아니라 그 사이에 있는 많은 젠더들에 우리는 아직도 법적으로 또 암묵적으로 차별을 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 봐야 한다.

 

법 뿐만이 아니라 내 일상생활에서 이런 차별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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