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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가 들려주는 나비 이야기 - 반짝임과 덧없음에 대하여
헤르만 헤세 지음, 박종대 옮김 / 문예출판사 / 2016년 11월
평점 :
우리나라에 가장 잘 알려진 작가 중에 하나가 헤르만 헤세가 아닐까 한다. 그의 작품이 중고등학교 필독도서 목록에 올라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그의 작품이 우리나라 사람들 성향에 맞기도 했기 때문이리라.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싯다르타, 지와 사랑, 유리알 유희 등 그의 작품은 너무도 많이 알려져 있다. 여기에 중학교 때 그의 '나비'라는 소설 - 공작나비, 공작나방이라고도 한다-을 배우니 그는 여러모로 친숙한 작가이다.
그런 그의 글들 중에 나비에 관련된 글을 모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나비는 애벌레-번데기-나비의 단계를 거치는데, 이를 사람의 정신적 성숙의 단계로 보면 될 듯도 하다. 헤세가 나비를 좋아하는 이유 역시 이런 것과 관계가 있을 듯한데...
이 책에 실려 있는 '공작나비'를 보면 이런 관계를 알 수 있다. 애벌레처럼 무언가를 생각하지 않고 본능, 욕망에 충실한 단계, 이 때 이 소설의 주인공은 다른 것은 다 무시하고 오로지 나비를 잡는 생각, 활동에만 몰두한다.
그러다 이런 활동이 번데기처럼 자기만의 세계에 갇히게 되는 경우가 있다. 비록 에밀이라는 친구가 너무도 까칠한 모범생이어서 상대방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 말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의 말이 타당성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틀 속에 갇혀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이 단계가 바로 번데기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에밀에게 자신의 나비를 다시는 보여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언제까지 번데기로 지낼 수는 없다. 고치를 깨고 나와야 한다. 고치를 깨는 순간, 나비가 된다.
이 순간이 인생에서는 어떤 깨달음의 순간인데, 이 소설에서 공작나비를 훔치다 망가뜨리는 장면, 그 이후 사과 장면에서 이루어진다.
자신의 욕망만을 충족시키기 위해 한 행동이 다시는 돌이킬 수 없음을 알게 된 순간, 욕망대로만 행동하지 않는 사람으로 거듭나는 것.
그렇게 소설은 정신적 성숙의 단계를 나비 수집을 통해서 보여주는데, 이것은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과정에 비유할 수 있다.
헤세가 나비를 좋아한 이유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어떤 사람을 보아도 그 현재의 모습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앞날을 볼 수 있는, 즉, 사람에게는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여기에 '공작나비'라는 소설이 헤세의 개인적인 체험과 관련이 되어 있음을 이 책에서 말해주고 있으니, 헤세에게 '나비'는 소설의 소재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생활이기도 했음을 알 수 있다.
'나비'에 관한 헤세의 여러 글들을 뽑아 실어서 헤세가 나비에 대해 느낀 감정, 감탄, 표현 등을 누릴 수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나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읽으면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