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 북한문학
신형기.오성호.이선미 엮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문화계에서도 블랙리스트 문제가 불거졌는데...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라는 말이 무색하게 자기와 성향이 맞지 않는 작가들을 배제하는 정책을 펴는 정부가 과연 민주주의 정부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그렇다고 반성하지도 않고 잘못을 남에게만 미루고 있는 형편이니, 문화강국이 되긴 애초부터 힘든 일이었나 보다. 문화강국이란 다양성을 보장하는 분위기에서 나올 수 있을텐데... 블랙리스트라니...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 문학을 하는데도 정부와 성향이 맞지 않으면 블랙리스트에 올라간다. 그렇다면 북한 문학을 하는 사람은?

 

블랙리스트 정도가 아니라 국가보안법으로 처벌을 받을 수준이 될테다. 다행스럽게 북한을 찬양하는 문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 문학을 정리해서 소개하는 정도면 국가보안법에는 걸리지 않나 보다.

 

우리나라 내로라 하는 출판사에서 '북한문학'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펴냈으니 말이다. 그래도 검색해 보면 이 책은 품절이란다. 아마도 국문학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나 유용한 책이라서 더이상 나오지 않나 보다.

 

우연히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렀다가 케이스뿐만이 아니라 비닐로 포장되어 전혀 뜯어보지도 않은 듯한 이 책을 발견했다. 무척 두껍다. 1500쪽이 넘으니 엄청 방대한 양이다. 게다가 가격이 만만치 않다. 6만원이다.

 

그러나 중고서점의 장점이 무엇인가? 한참 싼 가격에 책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이 책 정가의 약 40%에 샀다는 기억이 있는데...

 

무엇보다도 북한문학을 연구하는 학자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문학이 남과 북으로 나뉘어 영원히 다른 길을 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한다.

 

영구분단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어찌됐든 통일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통일을 위해서는 남과 북의 언어가 교류되어야 하고, 문화가 교류되어야 한다. 이런 문화 교류의 대표적인 예가 문학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적어도 남과 북 사이의 문학에서는 번역이라는 또 하나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니까, 우리는 그냥 출판된 것을 읽고 감상하면 된다. 남에서는 북의 문학을, 북에서는 남의 문학을 이렇게 서로 감상하다 보면 다양성 속에서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분단 추구의 문학이 아니라 통일 지향의 문학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해방직후부터 김일성 사망까지의 기간 동안에 북한에서 창작된 시와 소설 중에서 선자들이 (신형기, 오성호, 이선미) 엄선해서 실은 작품들이 있다.

 

읽으면서 북한과 우리나라 문학이 엄청난 차이가 났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렇게 서로 교류를 하지 않으면 문학에서도 분단이 고착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게 됐다.

 

우리나라 문학이 걸어온 길과는 너무도 다른 길을 걸어왔다는 생각... 결말이 보이는 소설들, 그런 결말을 향해 우직하게 나아가는 소설들, 그 소설들과 비슷한 주제를 지니고 있는 시들...

 

이 책에 실린 문학작품들은 다양성보다는 주제에서 통일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다양한 문학적 실험보다는 그 사회에 맞는 문학을 하도록 유도되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미 지나온 시대의 문학이기에, 그 상황에서 이런 문학이 중심을 이루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의미가 있다.

 

또 분단된 문학에 통일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작업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고.

 

하여간 극도로 경색된 남과 북의 상황. 이제는 어떤 교류도 없는 상황. 통일을 서로 원한다고 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통일과는 반대로 가고 있는 상황.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우선 교류가 되어야 한다.

 

가벼운 교류부터 시작해야 한다. 문학인들, 학자들, 경제인들, 체육인들 이런 사람들부터 교류를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다양한 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읽게 됐다.

 

이 책이 그런 교류의 교두보 역할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도 하며.. 비록 지금은 그러하지 못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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