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전체가 불행으로 꽉 차 있다. 시들이 표현하고 있는 내용이 모두 불행이다.

 

  어쩌면 이렇게 징글징글하게 불행할 수가 있을까? 이렇게 어둠 속에 고통 속에 불행 속에 있을까?

 

  어떤 시를 펼쳐보아도 불행이 나타난다. 마치 피할 수 없다는 듯이. 제목이 좀 밝은 느낌을 줘서 읽어보면 아니다. 제목과 달리 내용은 불행으로 점철된다.

 

  시인을 등단하게 한 시 '독산동 반지하동굴 유적지'란 시를 보면 시인의 출발이 어디인지 알 수 있다.

 

반지하동굴이라면 반지하 생활, 이미 낮은 곳에서 힘들게 생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런데 유적지란 말이 나온다. 살아 있지 않은 것이다. 죽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

 

담담하게란 말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 시집에는 이렇게 죽음을 당한 (스스로 선택한 죽음이 아니다. 이런 것을 우리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부지기수로 나온다.

 

그게 현실이다. 현실, 시인이 외면할 수 없는 현실. 그런 현실을 보여준다. 이게 현실이라고. 아무리 눈 감고 귀 막아도 이런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고 외치는 시인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등단작이 반지하에서 시작하는데 지상으로 올라와도 사람들은 목을 매달고(누가 달에 이불을 널어놓는가), 공중으로 올라가도 떨어져 죽고 만다. (땅속을 나는 새)

 

이 시집에서처럼 불행한 시대에 우리 사회에는 도처에 죽음이 존재한다. 죽고 싶어서 죽는 죽음이 아니라 살기 위해 바둥대다 죽는 죽음, 결국 사회적 타살이라 할 수 있는 죽음들이 사회 곳곳에 있기 때문에 그런 불행들이 이 시집 곳곳에 널려 있다.

 

자살률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지니고 있는 나라인데, 자살만이 아니라 사고로 죽는 죽음도 많은 이 나라, 시인은 그런 현실을 외면할 수가 없었나 보다.

 

이토록 불행한 사연들이 시로 표현되어 있음에도 시집을 탁 덮지 못하는 이유는 시인의 표현에 있다고 할 수 있겠지.

 

불행하고 힘든 현실이지만 그 현실을 언어로 표현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까지만 한 시인, 다음은 우리의 몫이라고 하는 듯하다. 시인은 우리에게 현실을 보여줬으니까.

 

이 시집에서 가장 짧은 시를 골라 봤다. 짧은데, 이 짧음 속에서도 불행은 끝나지 않는다. 제목과 달리.

 

   만찬

 

밥상을 앞에 놓고

빈 그릇처럼 둘러앉은 식구들

한 대접씩 빗물을 퍼먹고 있다

 

김성규, 너는 잘못 날아왔다. 창비. 2010년 초판 6쇄. 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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