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이 지금 우리 시의 경향이 아닌가 한다. 2012년 수상시집이면 그 전에 발표된 시들을 대상으로 했는데...

 

  구체적으로는 2010년 12월호부터 2011년 11월호까지 일 년 동안 주요 문예지에 발표된 신작시를 일일이 읽으며 본심 후보작 선정작업을 진행하였다 (189쪽. 예심 위원들의 말)고 했는데...

 

  이들은 이렇게 그 한 해 동안의 시적 경향을 평하고 있다.

 

  '젊은 시인들의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어렵게 하기'가 우리 시단에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점도 눈에 띄었다.' (189쪽)

 

  시도 그림과 비슷해지나 보다. 중세나 근대의 그림은 해석하기 전에 먼저 눈에 들어오고 가슴을 울리는 무엇이 있었다고 한다면, 현대의 그림은 눈에 자극을 주나 해석을 하기 전까지는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를 알 수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근대시는 이해하기 쉽다. 마음을 울리는 시도 많다. 시행도 그리 길지 않다. 여기서 튀어나온 시인이 이상이지만, 그는 당시 주류가 될 수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시가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마음을 울리기보다는 머리로 이게 무슨 뜻이지, 도대체 뭘 이야기하려고 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게 했다.

 

1930년대의 이상이 지금 우리나라 시단을 주름잡고 있다고 봐도 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니 쉽게 쓴 시는 시대를 따라잡지 못하는 시라는 소리를 듣게 생겼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가슴을 울리지 못하는 시가 좋은 시일까... 이상의 시가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어서 연구자들이 밥 먹고 살기에는 딱 좋은 시일지는 모르지만, 이상의 시를 누가 가슴으로 받아들이나...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시를 써야 시가 좀더 사람들에게 다가오지 않나. 시를 자신들만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 시집에 실린 시도 대체로 어려운 시들이 많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게 시적 경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학상은 시적 경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시를 많이 읽고 싶어하는 나조차도 시에서 자꾸 멀어지려 하고 있으니... 그래도 이번 수상시집에서 수상한 시인인 김소연의 시 중에서, '주동자'란 시...

 

이 시가 마음에 와닿았다. 왜냐고? 촛불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매주 광화문에 모이는 그 수많은 촛불들이...

 

  주동자

 

장미꽃이 투신했습니다

 

담벼락 아래 쪼그려 앉아

유리처럼 깨진 꽃잎 조각을 줍습니다

모든 피부에는 무늬처럼 유서가 씌어 있다던

태어나면서부터 그렇다던 어느 농부의 말을 떠올립니다

 

움직이지 않는 모든 것을 경멸합니다

나는 장미의 편입니다

 

장마전선 반대를 외치던

빗방울의 이중국적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럴 수 없는 일이

모두가 다 아는 일이 될 때까지

빗방울은 줄기차게 창문을 두드릴 뿐입니다

창문의 바깥 쪽이 그들의 처지였음을

누가 모를 수 있습니까

 

빗방울의 절규를 밤새 듣고서

가시만 남은 장미나무

빗방울의 인해전술을 지지한 흔적입니다

 

나는 절규의 편입니다

유서 없는 피부를 경멸합니다

 

쪼그리고 앉아 죽어가는 피부를 만집니다

손톱 밑에 가시처럼 박히는 이 통증을

선물로 알고 가져갑니다

 

선물이 배후입니다

 

2012 현대문학상 수상시집, 오키나오, 튀니지, 프랑시스 잠, 현대문학. 2011초판. 29-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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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5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5 0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코발트그린 2017-02-05 1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듣는 시에서 보는 시로 경향이 바뀐탓에 더 난해해 지는 것 같습니다. 본 게 있어야 떠오르는데 시인만 본 특별한 풍경이면 당췌 알기가 어렵죠. 나이가 들면 시가 이해 된다는데 생각의 경험뿐만 아니라 시각적 경험이 풍부해지기 때문이라 생각해봅니다.

kinye91 2017-02-05 14:30   좋아요 0 | URL
경험이 많아지고 깊어질수록 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말에 동감합니다. 그렇지만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들 마음을 울리는 시, 누구나 다 읽고 감동을 받는 시가 시인의 경험을 특수하게 표현한 시보다는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요즘 시들 정말 어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