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살리는 순환을 멈춘 똥


똥을 보면 건강을 안다고 했는데

똥을 본 지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변기에 앉아 온갖 힘을 다 주어

몸 속에서 밖으로 내보내기만 하고

밖에 나온 똥을 내 눈으로 다시 보며

이별의 말을 한 지가 얼마나 되었는지

내 몸에 들어온 목숨들이

내 목숨을 살리고

다시 다른 목숨을 살리려

변신해 밖으로 나오는데

이제는 갈 곳이 없어

오로지 버려질 뿐

새 생명을 찾아 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그냥 쓰레기가 되는 똥

순환이 멈춘 시대

이런 시대

아무 거나 막 집어넣어

버리고 마는 시대

순환이 멈춘 시대

윤회를, 천국을 믿지 못하는 시대

현재를 막 살아가는 시대

미래를 알지 못하기에

순환을 믿지 못하기게

그렇게 살아가는 시대

변기에 차 있는 똥을 보며

순환이 멈춘 우리 삶을 생각하는

더 이상 강아지똥˚은 없는 시대

순환이 멈춘 시대

 

 

˚강아지똥 : 권정생 선생의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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