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세밑 원숭이와 닭의 대화

- 병신(丙申)년이 가고 정유(丁酉)년이 오니


자네도 참 억울하겠어

자네와 발음이 비슷한 ‘닭’이

나라를 뒤흔들어 놓아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이

맞다는 생각을 사람들이 하게 됐으니

그 ‘닭’이 사고는 제가 치고

저는 쏙 빠져나가려 해

내가 분신들과 함께 광장에

손에 손에 촛불을 들고, 여의봉을 들고

하나가 되어 세상을 밝히고 있지

세상을 바꾸려 하고 있지

하지만 저 ‘닭’은 귀를 막고

차벽으로 우리의 발을 막고 있지

이제 우리 해가 가고 자네의 해가 오는데

자네들은 어둡고 추운 땅 속에서 새해를 맞이하려는가


아닐세, 우리가 비록 독감에 걸려

비명횡사하고 있지만

우리들은 본디 새벽을 알리는 족속,

알을 낳는 족속

세상이 흉흉할지라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네

‘닭’이 암탉 망신을 다 시켰다지만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하는 것이 아니라

집안이 흥할 알을 낳는 것이라네

수탉이 울면

새벽이 왔음을,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라네

비록 우리 지금 힘들지라도

자네들이 밝힌 촛불이 환한 대낮을 만들도록

우리 목청껏 울으려네

‘닭고집’이 더 이상 고집 피우지 않고

밝고 따뜻한 세상이 오게

그렇게 마음껏, 목청껏 울어보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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