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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3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3
빅토르 위고 지음, 정기수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평점 :
이제 3권이다. 중반에 접어들었다. 소설은 정점으로 치달아야 하는데, 아직도 주요 인물에서 멈춰 있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을 셋으로 줄인다면 장발장, 코제트, 그리고 마리우스 아니던가. 물론 팡틴이 있지만 팡틴은 장발장과 코제트를 만나게 해주는 매개 역할에 머무른다고 할 수 있으니. 또 작품 내내 등장하는 인물, 장발장을 드러나게 해주는 인물로 자베르와 테나르디에가 있지만, 이들을 주인공으로 하기는 좀 그렇다.
이번 권에서는 '마리우스'다. 청년이다. 우리나라도 치면 대학생이다. 우리나라가 엄혹한 독재 시절이었을 때 대학생들은 민주주의를 위해서 앞에 나섰다.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하기 힘들 때, 전태일이 대학생 친구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을 때 대학생들은 자기들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깨달았다.
그들은 민중 속으로, 노동현장으로, 그리고 민주화 운동의 맨 앞으로 나섰다. 청년들이었다. 배운다는 것의 의미를 민중 속에서 실천하는 학생들이었다.
그들은 미래를 현재에 살았다. 기득권층이 과거를 현재에 살았다면, 이 소설에서 왕당파들이 그렇다, 대학생들은 미래를 현재에 살았다. 그들이 살고 있는 현재에는 미래가 있었다. 그 미래를 현재로 끌어오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청년들이었다.
이 소설에서 마리우스 역시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 권에서 마리우스는 아직 미래를 현재로 끌어오지 못하고 있다. 그는 아직 미래를 꿈꾸지 못한다. 다만 과거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있을 뿐이다.
철저한 왕당파인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왕당파, 우리나라로 치면 보수주의자였던 - 사실 우리나라는 보수주의라고 하기보다는 수구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린다 - 그가 공화국 편에 섰던 - 이것도 좀 그렇다. 나폴레옹이 처음에는 공화국을 수호하는 수호자 역할을 했다면, 그는 나중에 공화국을 붕괴시키고 왕정으로 돌아간 사람 아니던가. 나폴레옹 편에 섰다고 해서 공화국 편이라고 할 수는 없다 - 아버지에 대해 알게 되고 할아버지의 품을 떠난다,
할아버지의 품을 떠나지만 아직 공화국을 자신의 신념으로 받아들이지는 못한다. 비록 그가 공화국을 신념으로 삼는 친구들과 만나기는 하지만. 이 친구들에 대한 서술이 4. ABC의 벗에 나온다.
마리우스가 공화국의 신념을 지니고 민중들을 위해서 혁명의 앞에 나서기까지는 좀더 시간이 필요할 듯하고. 이 권에서는 마리우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그가 코제트를 만나는 장면으로 나아간다.
물론 마리우스가 일방적으로 코제트에게 반하는 것이고, 또 장발장이 테나르디에를 알아보지 못하고 도와주러 왔다 곤경에 처했다가 위험에서 벗어나는 장면으로 이 3권이 끝나지만...
정말로 불쌍한 사람들, 사회의 하층민들이 나온다. 그들이 그렇게 타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 그들이 사회의 괴물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 그들은 사회의 불안요소가 되는데,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를 바꿔야 함을 소설의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다고 보면 된다.
민중에 대해서 환상을 지니지 않게 하는 서술들이다. 그러나 민중들에 대해 환상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그들에 대해 적대감을 가질 필요 역시 없다. 소설을 읽다보면 그 점을 깨달을 수 있다.
3부 마리우스 : 1. 파리의 미분자 - 2. 위대한 부르조아 - 3. 할아버지와 손자 - 4. ABC의 벗 - 5. 불행의 효험 - 6. 두 별의 접촉 - 7. 파트롱 미네트 - 8. 악독한 가낸뱅이
이제 주연들은 모두 등장했다. 앞으로는 이들이 프랑스의 혁명적 순간에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나올 것이다. 사회는 변혁에 직면해 있다. 이 변혁에 직면했을 때 거기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모습, 그것이 앞으로 전개될 소설의 내용일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