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하승우 외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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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조항은 헌법에 있다. 그것도 제1조다. 헌법이라는 법조문이 글자로만 존재하거나 또는 선언적 의미만 지니고 있어서는 안된다. 헌법은 국민들의 생활에 밀접하게 관련되어야 한다. 아니 국민들의 생활이 바로 헌법이어야 한다.

 

그만큼 헌법은 국민의 실천을 기반으로 작성된 문구들이다. 죽어있는 문자가 아니라 펄펄 살아있는 문자들, 국민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 문자들, 국민들의 실천이 담겨 있는 문자들이다.

 

이런 문자들이 헌법 조항이어야 하는데, 그동안 헌법은 책 속에 또는 국회에 또는 법원에 또는 헌법재판소라는 곳에 갇혀 있었다. 그 속에 틀어박혀서 나오지 않았다. 그냥 문자로만 존재했다. 그러므로 헌법은 국민들의 생활과 별 관계가 없는 글자에 불과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파동 때 수많은 촛불들이 거리로 나와 외쳤던 구호가 바로 이 헌법 조항이다. 헌법이 우리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온몸으로 깨닫게 된 계기였다. 그때부터 헌법은 국민들의 생활에 들어왔다. 들어와서 나가지 않았다. 잠시 잊고는 있었지만 헌법은 이미 국민들의 생활 속에 자리잡은 것이다.

 

다시 8년 뒤, 이번에 국민들이 또다시 광장으로 나왔다. 헌법 조항들도 함께 나왔다. 광장에서 헌법 조항은 국민들의 목소리와 함께 했다. 국민들은 다시 헌법은 바로 국민들의 생활임을 깨닫고 외치기 시작했다.

 

헌법이 몇몇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 헌법은 바로 국민들의 생활이라는 사실을 광장에서, 수많은 촛불들이 외치고 있었다.

 

그렇게 다시 헌법은 국민들의 곁에 다가왔고, 국민들의 몸에 들어왔고, 국민들의 입을 통해서 밖으로 보내졌다. 귀를 막고 있는 누군가를 향해서.

 

이런 일들이 한 달 넘게 행해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너무도 당연한 말을 광장에서 한 달이 넘게 국민들이 손에 손에 촛불을 들고 외치고 있다.

 

그런데도 정말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왔을까? 국민들은 광장에서 소리치고 있는데 정작 결정은 9명으로 구성된 헌법재판소에서 난다. 물론 이들이 국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겠지만, 그들의 결정에 국민들이 따른다는 것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과는 배치된다는 생각이 든다.

 

광장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이 겨우 9명의 사람에게 결정권을 넘겨주기 위해 그렇게 외쳤던가. 그렇게 헌법을 지키라고 외쳤던가를 생각하면 아직도 헌법은 국민들의 생활보다는 법조문에 갇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결국 이제 우리는 광장에서 광장 너머를 상상하며 나아갈 때가 된 것이다. 적어도 헌법이 우리 국민들의 몸에 들어와 국민들의 실천이 되기 위해서는.

 

이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이다. 이 책은 이런 헌법 조항을 제목으로 삼고 있다. 국민들이 광장으로 나와 민주주의의 주인이 바로 국민임을 외치는 그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목적으로 쓴 책.

 

그렇다. 역사는 결국 기록의 싸움일지도 모른다. 이것이 강자, 이긴자들의 기록만이 아니라 약자, 패자들의 기록이 소중한 이유이기도 하다. 역사를 통해서 배워야 한다면, 약자들의 싸움, 패자들의 싸움은 반드시 기록되어야 한다.

 

그것을 딛고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약자들, 패자들의 기록도 중요한데, 지금 광장에 모인 국민들은 약자도, 패자도 아니다. 국민들은 강자다. 헌법의 주인이다. 헌법에 예속된 존재가 아니라 헌법을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강자다.

 

그러므로 그 강자들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국민들이 어떻게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사람을 끌어내리는지, 어떤 국민들의 목소리가 우리 함께 나아가게 했는지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그런 소중한 작업을 삶창이 했다.

 

단지 서울에 모인 사람들만의 기록이 아니다. 전국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기록이다. 서울, 부산, 광주, 전주, 대구, 대전 등등 전국 곳곳의 이야기가 실려 있고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헌법을 선언이 아닌 실천이 되게 하기 위해 광장에 모였다. 촛불을 들었다. 외쳤다. 우리가 바로 이 나라의 주인이라고.

 

주인됨을 선언한 지 한 달이 넘었고, 그 한 달 남짓 전국 광장의 모습, 국민들의 모습, 헌법을 실천하려는 사람들의 모습, 민주주의의 참모습을 이 책이 담고 있다.

 

살아있는 민주주의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소중한 기록이다. 우리가 간직해야 할, 마음 속에 그리고 이제는 머리 속에 기억해야 할 기록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기록은 완결된 기록이 아니라 진행되는 기록이다.

 

그래서 이 기록을 발판으로 우리는 선언이 아닌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 적어도 여기서 멈춰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한 해가 끝나간다. 아직 헌법은 완전히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실현되도록 국민들은 멈추지 않았다. 새 해에도 이런 실천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삶창도 함께 할 것이고.

 

덧글

 

삶창의 이런 노력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국민들과 함께 있으며 국민들에게 삶을 보여주는 창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고맙게도 이 책을 보내주었다. 이 기록을 통해 광장의 모습을 다시 되새길 수 있었고, 함께 한다는 느낌을 지니게 됐다.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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