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하면 이한직의 시였던가가 먼저 떠오르고, 그 다음에 니체의 삼단계 변화에서 나온 낙타가 생각난다.

 

사막을 묵묵히 건너는 낙타. 어쩌면 일에 치여 평생을 살아야 하는, 그래서 주변을 볼 수 없는 동물이라는 생각.

 

우리들은 모두 이렇게 낙타처럼 살아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 인생이 사막이라면 우리는 사막을 건너는 낙타다. 그런데, 낙타가 아니라 바로 사자가 되어야 하고,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고 니체는 말했었다.

 

낙타는 일에 짓눌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경림의 이번 시집을 읽으며 낙타라기 보다는 인생을 많이 살아본 사람의 모습을 느끼게 됐다.

 

인생 살아보니 별거 없더라. 그냥 내가 살아가는 곳에서 열심히 살면 되더라. 이런 것 아닐까. 과거의 이야기부터 세계 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까지가 이 시집에 나오고 있는데....

 

그 중에 제목이 된 시, 이 시집에 첫번째 실린 시 '낙타'가 계속 마음에 남아 있다. 삶이 힘들어서인지 모르겠다. 

 

낙타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 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신경림, 낙타, 창비, 2008년. 10쪽.

 

시인의 삶과는 반대가 되지 않을까 싶은 내용이 시의 내용이다.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

 

이는 세상일에 관심을 끊고 한발한발 자기에게 주어진 인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틈도 없이 생계에 치여 살아간 사람, 그런 사람에게 세상사란 부질 없는 일이다.

 

그런데 다시 세상에 돌아와서도 낙타처럼 살겠단다. 세상일에 관심을 두지 않겠단다. 그리고 어리석은 사람 하나 데리고 가겠단다. 진심이 아니라 왠지 거꾸로 얘기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세상을 등지고 살면 어떻게 하느냐는, 그것은 세상을 가장 재미없게 산 사람이라고, 그래서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사람은 세상일에 관심을 가지고 부닥치며 살아가야 한다고. 낙타처럼 그냥 주어진 길만을 가면 안된다고. 그런 일은 반복될 뿐이라고.

 

지금 세상을 보자. 과연 우리는 이렇게 낙타처럼 살 수 있나? 낙타처럼 산 결과가 바로 이런 농단들이 춤추는 세상이 된 것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우리는 낙타처럼 살면 안된다. 이렇게 낙타처럼 사는 사람, 낙타에 태워 보내고, 우리는 세상일에 관심을 갖고 살아야 한다.

 

그렇게 받아들였다. 이 시를. 그리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상일에 눈 감을 수 없으므로. 또 일에만 치여 사는 삶이 사람으로서 제대로 사는 삶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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