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가 된 소녀들
이시카와 이쓰코 지음, 손지연 옮김 / 삼천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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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눈물 난다는 게 어떤 말인지 이제 알겠다."

 

이 말이 떠오른다. 이제야 피눈물의 의미를 알았단 말인가? 자신의 행동으로 또다시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정작 그 피눈물을 닦아줘도 시원찮을 사람이 그 눈에 피눈물을 나게 해 놓고.

 

광화문에 나가 보았다. 일본 대사관 근처, 소녀상이 있다. 촛불을 들고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이 소녀상과 사진도 찍는다. 그 옆에는 천막이 있고 젊은이들이 소녀상 곁을 지키고 있다.

 

겨울이 되니 소녀상에 목도리를 둘러주고, 장갑을 끼워주기도 한다. 그런데도 소녀상은 추워 보인다. 사람들의 훈기가 소녀상 주변을 감싸고 있지만, 소녀상을 지켜주어야 할 정부가 지켜준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 소녀상이 언제 어디로 사라질지 몰라 그 곁에 천막을 치고 지키는 젊은이들, 그들을 따뜻하게 정부가 감싸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많은 촛불들이 소녀상의 목도리, 장갑 역할을 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일본 정부와 협상을 했다고, 그것이 협상인지도 의문이지만, 소녀상을 감싸줄 우리 정부가 앞서서 소녀상을 힘들게 하고 있다. 소녀상을 힘들게 하는 정부의 수장, 그 정부를 이끌었던 사람, 일본과의 협상을 주도했던 사람이 자기 눈에서 '피눈물'이 난다고 한다.

 

'피눈물'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니다. 그가 한번이라도 일본군 위안부가 되었던 분들의 눈물을 닦아준 적이 있던가. 아니 그들의 눈물을 바라본 적이라도 있던가. 그분들이 피눈물을 흘린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

 

혹시 일본정부와 마찬가지로 일본군 위안부는 민간인들이 저지른 일일 뿐이고, 일본 군부가 관여한, 일본 정부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설마, 그런 일은 없겠지.

 

일본군 위안부의 진실에 대해서 알기는 하는지 의문이다. 진실을 알고 있다면 일본군 위안부가 피해자로 있는 나라의 수장으로서 어떻게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지...

 

이 책을 읽으며 요즘 떠돌고 있는 '피눈물'이라는 말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일본군 위안부로 어린 나이에 끌려가 온갖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지내다 일본이 패망한 뒤에 고향에 돌아와서도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간 사람들.

 

이보다 더 돌아오지도 못한 사람들, 그들의 원한이 쌓이고 쌓여 어떻게든 풀어줘야 하는데, 그것을 풀어줄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는 현실.

 

오히려 일본 대사관 앞에 있는 소녀상이 언제 사라질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는 이 현실이 바로 이제는 몇 분 남지 않은 일본군 위안부들의 눈에 또다시 피눈물이 나게 하고 있다.

 

일본인이 쓴 책이다. 양심적인 일본인들 가운데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지니고, 이를 잊지 않고 사죄하고 일본 정부가 책임지게 하려는 사람들도 꽤 있다. 비록 '아베'라는 일본 총리가 군국주의 일본으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지만, 아직 일본에서는 양심적인 사람이 꽤 있다.

 

소녀들의 편지글로 시작한다. 위안부에 대해 처음 알게 되는 일본 소녀들, 자기 나이 또래에 강제로 끌려가 성노예가 되어야 했던 위안부 얘기를 듣고, 그것에 대해 점점 더 깊이 알아가는 내용으로 책은 전개된다.

 

르포와 편지글이 주를 이루면서 일본군 위안부의 진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리고 여기에 시가 등장해 우리의 마음을 울린다. 이런 비극이, 이들이 흘려야 했던 피눈물이 아직도 마르지 않고 있다는 것에 분노를 넘어 서글픔을 느끼게 한다.

 

따라서 책을 읽어가면서 일본군 위안부의 진실에 직면하게 된다. 그 진실에 직면했을 때 행동하지 않을 수 없음도. 그래서 이 책에서는 일본군 위안부의 진실을 접하고 점점 변해가는 학생들 이야기가 나온다. 이렇게 진실은 사람을 움직인다.

 

그런데 가해자인 일본에게 피해자인 우리나라 정부가 강하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를, 그리고 책임을 질 것을 요청해야 하는데, 겨우 돈 몇 푼에 불가역적인 해결이라고 했으니, 위안부 분들의 눈에 더 많은 피눈물을 흘리게 하고 있다.

 

이 책 역시 일본에서는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한단다. 일본 우익들에게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는 이런 책은 아이들이 읽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일본 인터넷 서점에 이 책에 혹평이 실려 있다는데... (243-234쪽 참조)

 

이런 혹평이 실렸다는 것은 그만큼 이 책이 많이 읽힌다는 이야기가 된다. 또한 저자 역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관심을 끊지 않고 계속 자료 조사를 하여 개정판을 냈다. 이 책은 그 개정판을 번역한 것이다.

 

일본에서만 이러겠는가. 우리나라에서도 일본군 위안부에 관심을 가지고 낸 책, 또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여전히 소녀상은 있다.  (윤정모의 소설, 에미 이름은 조선삐였다와 영화 '귀향' 등)

 

소녀상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일본이 사죄하고 제대로 책임을 져도. 왜냐하면 소녀상은 역사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그 일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알려주는 각성제이기 때문이다.

 

제발 자기 눈에서 피눈물 난다고 징징대지 말고, 자신의 행위로 인하여 피눈물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그들의 피눈물을 닦아줄 마음을 지니고 행동했으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렇다고 가볍지 않다. 일본군 위안부의 실상을 생생하게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이 문제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하기도 하는.

 

우리나라 학생들, 그리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무심한 정치인들,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는 도대체 학자라 할 수 없는 그런 사람들, 이 책 좀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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