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없는 사회 - 사회수선론자가 말하는 각자도생 시대의 생존법
우치다 타츠루 지음, 김경옥 옮김 / 민들레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왜 어른이 없을까?

 

이때 어른은 생물학적인 나이를 말하지 않는다. 어른이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사람임을 넘어서 공동체의 책임을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나만이 아닌, 공동체를 생각할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이 어른인데... 생물학적으로 나이를 먹어갈수록 공동체에서 멀어지는 것이 현대인이 아닐까 한다.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마찬가지라고 보는데... 이렇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자본주의 관계로 모든 것을 환원하는 사고방식이 중요한 원인이 된다고 한다.

 

상품을 주고받는 관계로 사람들의 관계를 바꾸어버린 자본주의 사회. 이것을 가정에까지 적용시켜 가정에서도 맹목적인 주고받음은 이제 일어나지 않고 이익을 주고받음의 관계로까지 변질이 되었으니, 여기서 공동체가 존재할 틈이 없다.

 

공동체가 무너지면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한다. 내 이익에 관계없는 것은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것은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일 뿐이다. 이런 사회에서 어떻게 어른이 존재하겠는가.

 

우치다는 적어도 한 사회에 7%정도만 어른이 있어서 그 사회는 견딜 만한 사회, 좋은 사회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풍요시대를 거쳐온 지금 일본의 40-50대는 공동체가 파괴된, 모든 것을 상품으로 환원시키는 분위기 속에서 자라왔다고 한다. 이들이 곧 60-70대가 된다. 그리고 이들에 의해 자란 30-40대가 사회의 주축이 된다.

 

이런 사회에서 어른이 있을까? 그야말로 어른이 없는 사회가 도래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어른이 없는 사회, 공동체가 파괴된 사회, 모든 것을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사회가 된다는 얘기다.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의 이야기라고 안도의 숨을 내쉬며 넘어가서는 안된다. 이것은 일본의 얘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얘기다.

 

우리 역시 어른이 없는 사회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 따르면 상품사회 말고도 어른이 없어진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제자가 없기 때문이다. 제자가 없다는 얘기는 스승이 없다는 얘기다. 즉, 보고 배울 어른이 없다는 얘기다. 아니, 어른은 있을지 모른다. 찾지 않고 있을 뿐.

 

그러나 우치다의 이 책을 읽다보면 어른이 없기 때문에, 스승을 찾는 제자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미 어른이 되었어야 할 세대들이 어른이 되지 못했는데, 이들이 한 번도 제자가 되지 못했는데, 어떻게 스승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제자가 될 수 있지? 학교마저도 상품관계로 넘어간 지가 오래되었는데... 교사는 상품판매인이고, 학생은 구매자일 뿐이다.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학교에 요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따지고 거부하는 것이 지금의 모습 아닌가.

 

여기서 스승을 찾는다는 것, 제자의 자리로 자신을 보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제자가 없는데, 어떻게 스승이 있을 수 있겠는가. 스승이 없으니 자연스레 어른은 없다. 이 사회에 어른은 없다.

 

보여주는 모습이라고는 어린이의 모습뿐이다. 자신은 어린이의 모습을 보이면서 다른 이들에게 어른스런 행동을 하라고 하면 누가 듣겠는가. 스승이 '바담 풍 하면서 바람 풍 하란다'고 자신이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데, 어떻게 제대로 따라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어른이 먼저 되어야 한다. 남이 어른이 되기를 바라지 않고 자신이 먼저 어른스러운 일을 하면 된다. 어른스러운 일은 나보다는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 일이다.

 

'혼술'이라든지 '혼밥'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우리나라에서 공동체는 참 먼 얘기로 들린다. 그러나 '혼밥, 혼술'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과 동시에 '주거공동체'라는 말도 나오고 있지 않은가.

 

십시일반 돈을 모아 함께 생활하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고, '밥상공동체'라 하여 함께 상을 차려 식사를 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들이 바로 어른이 되려는 사람들이다. 어른이 없는 사회에서 어른이 되려고 하는 사람들, 그들은 배우려는 자세를 갖춘 사람들이다. 배우려는 자세를 갖춘 사람들, 열린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다.

 

자신의 것만을 주장하지 않고 남의 말을 들으려하는 사람, 남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바로 어른이다. 하여 이런 어른들은 우선 제자의 자세를 갖춘다. 제자란 무엇인가?

 

스승의 말을 전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 아닌가? 단지 말뿐이 아니라 스승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배우려 하는 사람이다. 온몸으로 스승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후세에 전달하려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절대로 '바담 풍' 하지 않는다.

 

어른이 없는 사회, 다른 말로 하면 제자가 없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모두가 잘났다. 모두가 잘나서 공동체가 없다. 오로지 나 자신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 나만이 옳다.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 이게 바로 지금 우리 사회다. 그렇지 않은가.

 

어른이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한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이 사실상 '피의자' 신분이 되었는데...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그냥 내 잘못이 아니야, 다른 사람들 잘못이야, 난 억울해. 마치 애처럼 떼를 쓰고 있다.

 

이 상황에서 어떤 교육이 이루어지겠는가. 한 나라를 대표한다는 사람이 어린이처럼 굴고 있는데... 어른이 없다는 사실, 그래서 어른답게 행동하는 것을 배우지 못하는 학생 세대... 이게 현실이다.

 

우치다의 이 책, "어른 없는 사회"를 읽으며 마음이 아팠던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우치다 역시 마찬가지로 얘기한다. 한 사회의 사람들이 모두 어른이 될 필요는 없다고. 7%정도만 어른이 돼도 그 사회는 행복해질 거라고.

 

그렇다면 바로 나부터 어른이 되면 된다고. 남을 보지 말고 바로 나부터 행동하면 된다고, 나부터 제자가 되려고 하고, 공동체를 생각하고, 어른스러운 행동을 하면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 어른이 없다고 한탄하지 말고 내가 어른이 되는 연습부터 해야겠다. 그게 어른 없는 사회를 어른 있는 사회로 바꾸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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