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수는 광대다 - 얼음 같은 세상, 마음을 녹이는 현장예술가 최병수
박기범 외 지음, 노순택 외 사진 / 현실문화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읽고 싶었던 책이다. "목수, 화가에게 말 걸다"를 읽고 최병수에 관한 책이 또 한 권 있다는 것을 알고. 그런데 검색해 보니 품절이다. 품절,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책들 중에 몇 년이 지나면 품절이 되어 더이상 구할 수 없게 된다. 아쉽다.

 

왜 품절이 되었을까? 최병수란 예술가, 많이 알수록 좋을 것 같은데... 그의 예술이 아직도 현장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여야 하는데... 하다가, 현장예술은 현장에서 의미가 있다는 생각.

 

그에 관한 책도 마찬가지 아닐까? 현장이 변하면 현장예술이 사라지고 기록으로 남듯 그의 책도 그때의 시의성이 사라지면 품절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런데, 과연 그의 예술의 현장성이 사라졌는가? 지금 우리는 그가 87년에 이한열이 최루탄에 목숨을 잃었듯이,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목숨을 잃지 않았는가. 환경이 지금도 지속적으로 파괴되고 있지 않은가. 평택 대추리가 강정에서 상주에서 또 밀양에서 반복되고 있지 않은가.

 

그 죽음을, 그 일들을 둘러싸고 또다시 반복되는 일들을 우리는 겪지 않았는가. 마치 데자뷰 현상(기시감)을 느끼듯이... 책임자는 여전히 처벌이 안 되고 있고, 우리는 다시 거리로 거리로 나오고, 현장예술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지 않은가.

 

최병수의 예술, 과거에 했던 현장예술이 과거에 머물지 않고 지금도 유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책이 다시 출간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좋겠다.

 

읽히기보다는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의 작품들이 사진으로 많이 실려 있으므로. 지구온난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고, 그가 만든 얼음 펭귄은 계속 녹고 있는 상태이며, 새만금의 갯벌은 썩어버렸고, 사패산 터널은 뚫려 버렸으나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더한 환경 파괴, 생태 파괴, 우리들의 삶 파괴는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도 우리 삶은 온갖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데, 그것을 알려줄 현장예술가가 너무도 필요한 시점이다.

 

어쩌면 최병수에게 기대지 말고 우리 모두가 현장예술가가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작은 촛불 하나를 들고 나온 사람, 그 사람들이 바로 현장예술가다.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을 거리에 그려내고 있는가. 그런 현장예술가들, 우리 모두가 현장예술가가 되어 세상을 예술로 바꾸어내고 있다. 바꾸어내려고 하고 있다.

 

예술이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 우리들의 삶에 예술이 어떻게 다가와야 하는지, 최병수의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그의 예술은 민중과 늘 함께 했으므로.

 

책의 제목이 된 권정생 선생의 글에 '병수는 광대다'라는 말이 나온다. 그는 자신의 온몸으로 우리에게 무언가를 보여준다. 그런데 권정생 선생은 그 다음을 아쉬워 한다. '보는 사람 있어도 모두 구경꾼 뿐이다. 그래서 병수는 외롭다' 고.

 

우리나라 민주화, 환경, 생태, 그리고 세계 평화까지 최병수가 참여하지 않은,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은 예술은 없다. 그는 온몸으로 우리에게 세계의 위기를, 우리의 위기를 보여준다.

 

그의 광대놀음은 끝나지 않는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구경꾼에 불과했다. 그냥 박수만 치고 끝낼 뿐이었다. 권정생 선생은 그 점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모두가 구경꾼만은 아니었다. 그의 광대놀음을 보고, 그의 현장예술을 보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묵묵히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이 이제는 광장으로 나와 자신이 현장예술을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거대한 예술이 된다. 최병수의 예술을 구경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함께 참여한다.

 

이 책에도 함께 참여하는 사람들 모습이 나온다. 그렇게 최병수는 외롭지 않다. 이 책은 비록 품절이 되었지만 삶 속에서 그의 예술은 현장에 있다.

 

"목수, 화가에게 말 걸다"와 겹치는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는 다양한 그의 활동을 볼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그의 예술이 현장에서 사라진 과거의 것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 곁에 있어야 할 예술이라는 점을 생각하게 한다. 또한 우리 모두가 이런 현장예술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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