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이 멀어지고, 사람과 자연이 멀어지고, 사람이 사람을 미워하고, 사람이 자연을 파괴하고...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들이 서로 물고 뜯고 죽이고 헐뜯는 관계로 바뀌면.

 

자기에게 주어진 일만 잘해도 우주가 편안해질텐데, 주제넘은 행동들을 해서 우주를 불편하게 하고 있는 상태.

 

우주의 기운이 도와준다고... 세상에, 우주의 기운이 도와줄 수 있을 때는 자신의 일에 충실할 때, 내 이익이 아니라 우주의 이익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행동할 때.

 

그렇게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이럴 때... 우주의 기운이 느껴질 수 있다. 그냥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 서로가 서로를 위하며... 이런 가족 간의 관계가 사회로 확장이 될 때... 그 때 우주의 기운이 사람들에게 다가오지 않을까.

 

문인수 시집에서 '쉬'라는 시를 읽으며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 그리고 여기서야말로 우주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식과 부모 간의 관계를 조용히 지켜보는 우주.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생(生)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하실까봐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어이쿠, 시원허시것다아" 농하듯 어리광 부리듯 그렇게 오줌을 뉘었다고 합니다.

  온몸, 온몸으로 사무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드리듯 그렇게 그가 아버지를 안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얼마나 작게, 더 가볍게 몸 움츠리려 애썼을까요.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나 그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꾸 안타까이 따에 붙들어매려 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저 풀고 있었겠지요. 쉬-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문인수, 쉬!, 문학동네. 2006년 초판. 14쪽.

 

마음이 편하지 않은 지금... 이 시를 읽으며 조금의 위안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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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0 08: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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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0 08: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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