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기회라고 했던가.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는 지금, 제왕적 대통령제가 어떤 문제를 지니고 있는지가 분명하게 드러난 지금, 어쩌면 이번이 우리나라 정치를 개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대통령 한 개인에게 너무도 많은 권한을 주니, 그 주변에 권력을 탐하는 자들이 넘쳐날 수밖에 없고, 대통령 역시 사람인지라 자신에게 좋은 말하는 사람에게 기울 수밖에 없고, 또 그들에 의해 눈과 귀가 가려질 수 있음을...

 

  꼭 주변의 사람들이 그렇게 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는 것은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되니...

 

그렇다고 우리는 대통령 개인의 자질을 문제 삼기보다는 구조의 문제로 이번 사태에 접근해야 한다. 이런 일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으니...

 

이 참에 정치개혁의 논의를 해야 한다. 이 참에 제왕적 대통령제가 아닌, 그래도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고, 국민의 의사에 반했을 때는 국민이 심판할 수 있는 제도가 무엇인지 논의하고, 그런 제도로 가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주어진 이 기회를 또다시 헛되게 날려버리고 말지도 모른다. 지금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근본 개혁이 아닌, 사람의 문제로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으니.

 

분명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녹색평론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더 굳어졌는데... 과연 우리나라에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대변하는 정당이 정치계에 진출해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정당이 없으면, 이번 사태 역시 개인의 일로 넘어가고 만다. 구조를 개혁하려는 노력없이... 녹색평론 이번 호에서 하승우의 글은 스페인의 사례를 통해 우리에게 어떤 정당이 필요한지, 우리는 어떤 정당을 지지해야 하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많은 참조가 될 글이다. (하승우, 우리는 기득권에 맞서는 인민이다)

 

여기에 다시, 녹색평론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의 문제를 제기한다. 우리가 어떤 사회를 원해야 하는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폭넓고 깊게 생각하게 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 여름에, 아니 지금도 지속되는 문제지만 4대강 사업으로 인한 강의 오염 문제... 그리고 경주지진과 핵발전소 문제, 죽어가는 농업 문제, 극단으로만 치닫고 있는 북한과의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이것은 하나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연결된 문제다.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우리가 지금처럼 살아간다면 이것들이 우리에게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녹색평론에서 제기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창간 25주년이 된 이번 호에서까지 다시 이런 주장이 되풀이될 정도로 우리 사회는 변하지 않았다. 변하지 않았을 뿐만이 아니라 위기가 더 심화되고 있다. 경주 지진으로 인해서 우리나라 역시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이 밝혀졌고, 그 지진 위험지대에 핵발전소가 건설되었음이 적나라하게 밝혀졌음에도... 어떤 개혁조치가 나오고 있는가?

 

국정 농단 문제에 묻혀 삶을 위협하는 이런 문제가 쏙 들어가 버리고 말지 않았는가. 4대강 오염이나 농업 위기의 문제가 제대로 거론되지 않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것 역시 문제다. 국정 농단은 특정 개인에게 너무도 많은 권한을 준 정치제도의 문제이니, 개인이 하야해서 끝나는 문제는 아니다.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적절한 정치제도에 대한 논의가 지금 이루어져야 한다. 하야를 요구하는 정국에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하고, 이것은 단지 정치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삶 전반에 관한 논의로 나아가야 한다.

 

모두가 연결되어 있기에...노동자들의 삶과 관련하여, 또 농민들의 궁핍한 삶과 관련하여, 청년 실업과 관련하여 녹색평론은 여전히 기본소득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논의 역시 더욱 확산되어야 하고.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어쩌면 지금이지 않을까 싶다. 정치 문제로부터 많은 것들이 파생되어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을 수 있으니.

 

하여 조금 더 멀리, 넓게, 깊이 보는 그런 시기, 그것이 바로 지금이지 않을까 싶고, 따라서 누군가의 국정농단으로 비롯된 이 사태가 우리 사회를 전면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읽은 녹색평론 151호였다.

 

덧글

 

이번 호를 읽으며 마음이 아팠던 부분. 이렇게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생각을 하게 하고, 어떤 것이 바람직한 삶일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

 

'지금 <녹색평론>도 대부분의 인쇄매체가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 즉 나날이 독자 수가 감소함에 따라 장기적인 잡지의 존속 여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라는 편집인의 말. 적어도 이런 책이 지속적으로 우리 곁에 올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