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파란 2016.봄 - 1호, 사건들
파란 편집부 엮음 / 파란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권보다 2권을 먼저 읽고, 1권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인들의 시론이 2권이었다면, 창간호라고 할 수 있는 1권은 시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날짜를 중심으로 고찰한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김소월부터 2000년대 시인들까지, 우리나라 시의 역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날짜, 사건을 중심으로 그것이 왜 사건이 되는지를 서술하고 있는데...

 

시의 역사를 안다는 것보다는, 시가 현실에서 떨어질 수 없음을 생각하게 하는 글들이다.

 

김소월의 시에서 또는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 역할을 하는 것이 1923년 일본의 관동대지진이라면, 한용운이 백담사에서 '님의 침묵'을 탈고한 1925년은 우리나라에서 자유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사건이라고 하고... 이런 식으로 이상의 시가 우리 시에 미친 영향, 그리고 해방 후에는 김수영부터 '창비' 그리고 80년 광주에 대한 시인들의 응전, 노동현장을 시에 들여와 우리에게 충격을 준 박노해의 시, 2000년대 소위 미래파라 이름지어진 젊은 시인들의 등장을 고무한 잡지까지...

 

약 80년의 세월을 날짜를 중심으로 시인에게 영향을 준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세월이 많이 흐른 다음인 지금, 시인에게 영향을 준 사건들, 그 사건들이 우리나라 시 역사에서 차지하고 있는 자리, 그리고 그 사건들이 지금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까지 다루고 있는 이번 호는, 마치 헤겔이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녘에 날개를 편다(대략 이런 의미였다)'고 말한 것과 같이 지나간 것들을 정리해주고 있다.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를 조망하고, 그것을 다시 현재에 들여오고 있으니... 이 사건들이 그냥 과거의 사건들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여 시의 역사를 알게 되는 것과 함께, 시가 어떻게 현실에 대응해 왔으며,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이 '사건들'이란 주제에서 알게 된다.

 

더불어 시인들의 시 세 편씩이 실려 있으니... 그 시들을 감상할 수도 있으니... 더욱 좋고. 다음 3호를 기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