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수 있는 용기"가 이번 호의 기획 주제다. 삶을 살면서 앞만 보고 살아왔다고 말을 하는 사람이 많은 사회가 우리 사회 아니던가.

 

  '앞만 보고 살아왔더니 남는 것은 회한이더라'라는. 그러나 나중에 회한에 잠겨봤자 시간은 되돌아 오지 않는다.

 

  되돌아 오지 않는 시간, 그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길은,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지 않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게 어디 가능한가? 우리나라 교육제도가 우선 이를 막고 있다. 이상하게도 사회 생활을 하면 한두 살 차이야 차이도 아닌 나이가 되는데, - 예전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5살 정도 차이가 나도 친구로 지내는 경우도 많았으니, 친구가 꼭 나이가 같아야 된다는 법이 없었는데- 학교 제도에서 나이대로 학년이 정해지고 선후배가 정해지니, 그 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한번 학교를 쉬면 후배들과 다녀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데, 이를 이겨내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그러니 모두들 어떻게든 제 나이 또래들과 함께 진급을 하고 졸업을 하기 위해 시간을 버텨내기만 한다.

 

여기서 멈춘다는 것은 정말로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낯선 환경에서 지내야 한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생에서 어디 같은 나이 대끼리만 지낼 수 있나? 또 같은 나이 대라고 해도 지적 수준이나 흥미가 같을 수가 있나? 오히려 다른 나이 대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지 않나. 마찬가지로 평생을 익숙한 환경에서만 지낼 수는 없다.

 

그런 기회를 학교가 박탈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아야 하는데.. 이렇게 학교에서 일직선으로 주변을 볼 틈도 없이 달리기만 하는 학창시절을 보내고 나면 청년이 되어도, 또 기성세대가 되어도 앞만 보고 달리게 된다.

 

마치 달리지 않으면 도태되는 것처럼, 무작정 달린다. 그 끝이 무엇인지 생각도 않은 채. 그러다 생을 마감할 때쯤, 또는 큰일을 겪을 때 내가 왜 이렇게 살았던가, 이런 삶이 무슨 의미가 있었던가 하는 회한에 잠기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번 "민들레"에서 생각해 보자고 제안하고 있다. 이미 이런 달리기에서 멈춘 사람들을 우리에게 보여줌으로써.

 

달리기에서 멈추고 쉬거나 다른 샛길로 접어들거나 천천히 걷는 사람들 이야기. 삶이라는 직선에 주름을 잡아가는 사람들. 그래서 자신의 삶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가는 사람들 이야기. 나중에 '그때 그럴 걸' 하지 않고 지금 그것을 하는 사람들 이야기.

 

삶에는 어차피 종착역이 있는 것. 그 종착역을 향해 전력질주를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종착역에 도달하기 전에 여러 곳을 들러 다양한 경험을 하는 사람들. 조금 늦게 도착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삶을 즐기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바로 '멈출 수 있는 용기'를 발휘한 사람들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하는 "민들레 107호"였다. 이 주제말고도 다양한 글들이 있어서 읽으면서 여러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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