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그들의 다른 선택 - 광복을 염원한 사람들, 기회를 좇은 사람들
선안나 지음 / 피플파워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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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들이 평범한 장삼이사(張三李四)였으면 이런 책도 나오지 않았으리라. 이렇게 역사에서 책임을 묻는 일을 끊이지 않고 하지도 않았으리라.

 

이들에게 자꾸 과거의 행적을 떠올리게 하고, 역사에 기록을 남기고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그것도 청소년들로 하여금 계속 읽게 하는 이유는, 이런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리고 사회의 지도층, 주도층, 또 지식인의 책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하기 위해서다. 그냥 한 시대를 함께 살아간다는 데서 끝나지 않고 이들에게는 보통사람들에게 거는 기대보다 더한 기대를 하고, 책임을 묻게 된다.

 

그만큼 이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이들이 사회에서 받은 혜택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 중에는 그것은 다 자신의 노력과 능력으로 이룬 것이지, 사회에 기댄 것은 하나도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자기 혼자 이룬 것은 없다. 모두 다른 사람과 또 사회적 환경과 관련이 되어 있다. 따라서 사회 지도층, 주도층, 지식인이 되었다 함은 그만큼 사회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 그들은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때 자기 이익이 아니라 어떤 것이 사회를 바람직한 쪽으로 이끌어 가는가를 우선시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생일대의 선택 상황, 갈림길에 처할 때가 있다. 그것도 자신이 출세해서 잘 사느냐 아니면 자신을 희생해서 사회 발전의 토대를 마련할 것이냐 하는 갈림길.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갈림길이 몇 번 나오고, 그 갈림길에서 많은 이들이 선택을 하게 되는데, 그 대표적인 갈림길이 바로 일제강점기라고 할 수 있다.

 

30여 년을 식민지 지배에서 살아가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독립을 위한 활동을 하느냐 (이 길은 얼핏 생각해도 험난한 길이다. 갈림길에서 보면 가시밭길이다) 아니면 식민지배에 협력하느냐 (이 길은 평탄한 길이다. 출세를 향한 탄탄대로, 잘 포장된 길이다)의 선택에 처하게 된다.

 

특히 사회 지도층, 주도층, 지식인들에게는 이 선택의 길이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들의 선택은 개인의 선택으로 묻히지 않고 역사라는 책에 선명히 기록되고, 지워지지 않게 된다.

 

이 책은 일제시대라는 갈림길을 다시 세분한다. 명문가, 부자, 여성, 문인, 언론, 여성지도자, 독립군과 토벌군으로.

 

각 갈림길에서 두 명씩을 배치해 상반된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어느 길이 올바른 길이었는지 우리에게는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 다만, 그 시대에는 그 답이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이 말도 어폐가 있다. 답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아마 답을 보지 않으려 했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공부했던 사람이라면, 어떤 길이 옳은 길인지는 분명 알았을 것이다. 다만, 옳은 길이 늘 자신의 행복을 담보해주는 길이 아니라는 사실, 옳음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우선으로 한 선택을 한 경우가 많았으리라)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약간 편파적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한 길은 비록 험난한 길이지만 칭송받는 길이고,  한 길은 편안한 길이지만 대대로 욕을 먹는 길이기 때문이다. 서술에서도 한 편은 존경으로, 한 편은 아쉬움과 비판으로 나아가고 있으니, 읽으면 답은 너무도 명확하다.

 

이 상황에서는 이렇게 했어야 했다. 딱 정해져 있다. 그런데도 이렇게 정해진 길을 가기는 정말 힘들다. 당위와 현실은 거리가 너무도 멀기 때문이다. 이 먼 거리를 좁혀 당위를 현실로 끌어와 행한 사람들, 그래서 이들이 더 위대하고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

 

누구누구가 나오는지 보자. 우선 조선시대에 명문이라는 소리를 드는 집안에서는 이회영 집안과 이근택 집안이 나온다. 부자에서는 안희제와 김갑순, 여성에서는 남자현과 배정자, 문인에서는 이육사와 현영섭, 언론에서는 안재홍과 방응모, 여성지도자에서는 김마리아와 김활란, 독립군과 토벌군에서는 장준하와 백선엽.

 

많은 사람들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친일파로 분류된 사람들 중에서 자신들은 친일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사람들도 많고, 그 후손들도 조상의 친일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으니...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그들의 행위가 친일 행위였음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역사에 사실로 남아 있는 친일 행위를 그토록 부정하고도 여전히 사회주도층으로 살아남은 그들과 그들의 후손들에게 역사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아무리 부정해도 그들의 행위는 역사를 통해 기억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과거의 사실만을 알기 위해서, 또 친일 행위를 단죄하기 위해서 이 책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과거의 사실을 기억한다는 것, 그것은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알게 한다는 것이다.

 

좋지 않은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역사는 기록을 남기고, 우리는 그 역사를 배우는 것이니까.

 

일제강점기라는 갈림길 앞에서 상반된 선택을 한 사람들... 역사가 누구를 더 칭송하는지, 누구를 오욕의 역사로 기억하는지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청소년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썼다는 것,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하다. 많은 청소년들이 읽고 아직도 왜곡된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속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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