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말이다.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  우리 부모 가지고 감놔라 배놔라 하지 말고. / 돈도 실력이야'

 

더 많은 말들이 있겠지만, '돈도 실력이야'란 말. 돈이면 다 된다는 식의 이런 말. 그렇지. 없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자신이 부모 잘만나서 남들보다 편하게 사는 것이 당연한 일인양 생각하지.

 

생각만 하면 그나마 다행인데, 꼭 이렇게 밖으로 이야기를 하지. 자기 노력도 없이 오로지 부모 잘만났다는 이유만으로 그 자리에 있으면서.

 

결국 '유전 무죄, 무전 유죄'의 현실이 또다시 반복되고 있는 셈이지. 돈이라는 막강한 권력 앞에서는 돈이 없는 사람은 결국 죄인인 거지.

 

돈 없으면 결국 죄악인 거지. 죄악을 저지르는 사람인 거지. 돈 있는 사람이 있다고 거들먹거리는 것이 죄악이 아니라.

 

이건 제대로 된 세상이 아니지. '부끄럼이 없는 세상'이지. 어떤 소설가(박완서)는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라고 했는데... 도무지 배우려고 하질 않으니, 가르칠 수가 없지.

 

게다가 부끄러움은 인간이 지닌 기본적인 성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을 가르쳐야 하는 세상도 말세라고 할 수 있는데, 그마저도 가르쳐지지 않는 세상. 오히려 돈 없는 것들이 말들만 많아, '그냥 조용히 있어. 아님, 돈 없는 네 부모를 원망하든지...' 하는 세상은 말세에서 더 나아간 세상아닐까.

 

소위 말하는 '아수라' 세상이지.. 하지만 이렇게 돈이 최고인 세상이 오래 갈까? 그런 세상이 유지될까? 자신들의 돈이 오로지 자신들만의 힘으로 그 수중에 있게 됐다고 생각할까? 그런 생각을 한다면 참...

 

없는 사람들이 돌아서면 그 돈이 계속 그들에게 머무를까? 이들은 경주 최부자집 가훈에 대해서 아마 알지도 못하겠지. 알려고 하지도 않겠지. 무엇이 자신들에게 계속 돈이 머무르게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신자유주의 세상에 돈이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은 돈보다는 사람이 우선인 세상이니.

 

이런 세상에서 문충성의 시집 "허공"을 읽다가 발견한 시...

 

가난에 대하여

 

요즘 가난은 죄악이라 한다

돈 없으면 가난하다고들 한다

나는 밖으로 가난하다

나는 안으로 가난하다

그러므로 나는 가난하다

그러므로 나는 죄악이다

그 죄악이 모여 돈 세상 이루나니

그러므로 돈 세상은 죄악이다

그 돈 세상 사는 눈뜬 나들아

헐뜯고 싸우며 죽지 않으려 하지만 생존 경쟁아

눈떠 있다는 것이 한 번씩

자기 죽음 완성하는 가난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보여다오 무엇인지

하루하루 죄악에서 벗어나는 일일까

 

문충성, 허공, 문학과지성사. 2001년.15쪽.


'하루하루 죄악에서 벗어나는 일' 이 고민을 없는 사람들이 해야 할까? 오히려 있는 사람들이 고민을 해야지. 그래야만 죄악의 세상, 돈 세상이 되지 않지.

 

사람이 없는 돈만으로는 살 수 없으니. 또한 그 돈은 자신만의 힘으로 오게 된 것이 아니니... 사람들이 함께 했기에 자기에게 남보다 많은 돈이 올 수 있었음을 안다면, 그 돈을 자기만을 위해 쓰는 일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알 수 있게 될테니

 

그러면 돈 없는 것이 죄악이 아니라, 돈이 있는데 제대로 쓰지 않는 것이 죄악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텐데...

 

아, 정말, 이렇게 돈 없는 것이 죄악인 세상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주변에 없는 사람들이 많은데, 돈이 많은 것을 부끄러워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돈도 실력이야'라고 말하지 않는 세상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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