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는 떼거리 문화
소나무는
절개와 지조, 선비의 나무,
곧 우리나라 나무라고
예전 시가에서는 노래했지
그러나 이들이 소나무를 가까이서 봤는지 몰라
멀리서 우뚝 솟아 보이는 사계절 푸르른 소나무 말고
자기들끼리 떼거리로 모여 있어
그 밑에선 아무 것도 자라지 못하게 하는 소나무를 말야
싹나고 잎나고 꽃피고 꽃지고 잎떨어지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데
늘 푸르르면서 제 잎으로 사시사철 햇볕을 가리고
쓸모없어진 잎들로 제 주변을 덮어
어느 곳에나 자라는 풀들도 나지 못하게 하는
저만 고고한, 저들만 고고한
그들의 떼거리 문화를 본 적이 있냐 말야
그렇게 가까이서 소나무를 봤다면
소나무가 우리나라 상징이라는 말,
참 부끄러운 말이지 않겠어
참, 삐딱한 생각이지.
그런데 한 번 소나무들 주변을 봐, 밑을 봐.
도대체 무엇이 있나.
떼거리로
저들만 잘 살고
나머지는 모두 억눌러 버리는
그래서 저만 푸르름을 자랑하고
저만 곧고 크게 잘 자라 동량이 되는
주변엔 아무 것도 없게 하는 그런
떼거리 문화
그것이 소나무인데 말야.
조금 보기 싫어도 제 때 되면 잎을 떨구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
그 사이로 햇볕이 들게 하는
그런 나무들이
우리나라 상징이면 얼마나 좋았겠어.
소나무 밑을 보며 걸으니 참, 이런 생각이 들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