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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건 - 21세기 초 한국 건축의 막장 연대기
이종건 지음 / 수류산방.중심 / 2015년 10월
평점 :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굵직한 사건들을 건축가의 눈으로 바라보고 그에 대해서 논평을 한 글을 모아놓은 책이다.
건축사건이라고 하지만 건축과 관련된 사건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사건을 건축과 연결지어 생각해 본 결과를 보여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2008년부터면 최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참 많은 사건들이 일어났다. 그리고 이런 사건들을 우리는 기억해야만 한다.
다시는 반복해서는 안 될 사건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건축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건축에 대해서 상당한 애정이 깔려 있는 비판들인데, 이런 비판을 받아들여야 발전할 수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어떨 때 보면 참으로 통렬한 비판이 있어서 속이 시원해지기도 하는데... 우리나라 정부는 토목 정부라는 비판... 몇몇 정권은 조금 약한 토목 정권이기는 했지만, 대체로 지금까지 우리나라 정책을 보면 토목 공화국이라는 말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토목과 건축이 분명히 구분되어야 하는데... 그걸 구분하는 정부가 들어서야 제대로 된 건축이 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여기에 우리나라 건축이 추구해야 할 목표가 무엇일지에 대해서도 신랄한 비판을 하고 있다. 이런 비판을 그냥 넘기기 보다는 건축계에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물론 저자의 생각에 모두 동의할 필요는 없다. 남대문 복원 같은 경우, 저자는 이미 사라진 유물을 다시 복원하는 것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역사적 건축물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생각을 지닐 수 있으니...
다만, 서울시청사에 대해서는 이 글을 읽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아무리 봐도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 그것을 건축가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으니...
단지 건축가의 눈으로 본 우리나라 현대사만이 아니다. 우리는 어떤 시각으로든 우리 현대사를 기억해야 한다. 그런 기억을 통해서 좋지 않은 것은 반복하지 않고, 좋은 것은 더 발전시켜야 한다.
그 점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