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미국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나익주 감수 / 와이즈베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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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민주당을 지지하는 저자가 왜 민주당이 선거에서 지는가에 대해 생각하고 분석해서 결론을 얻어낸 책이다.

 

정치는 사실의 문제가 아님을, 바로 프레임을 문제임을 이 책에서 명쾌하게 제시하고 있다. 프레임 만들기에 성공하지 못하면 정치 권력을 장악할 수 없음을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진보주의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이유가 바로 이런 프레임 만들기에서 실패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1997년-1998년 IMF로 인해 엄청난 트라우마를 지니게 되었다. 그 트라우마는 경제만이 살길이라는 생각을 심어주었고, 경제를 책임지는 쪽이 자기 편이라는 인식을 하게 만들었다.

 

일개 평사원에서 대기업 회장까지 올라간 경영인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이유도 바로 이런 경제 프레임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무리 그의 문제점을 이야기해도 먹혀들어가지 않는다. 이미 프레임이 공고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경제적으로 성공한 모습을 보인 사람이었고, 자신이 회사를 경영한 것처럼 나라 역시 성공적으로 이끌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알고 했는지 아니면 모르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 사실 보수라고 하는 사람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수구에 가깝겠지만, 이들은 상당히 노회하다. 노련하다. 아마도 의식적으로 경제 프레임을 작동시켰을 것이다 - 진보 진영에서 넘을 수 없는 프레임이 되어 버렸었다.

 

이 프레임이 다음 대선 때 그대로 작동이 되었다. 진보진영이 멈칫 하고 있는 사이, 보수 진영에서 경제민주화 프레임을 들고 나온 것. 더 이상 어떻게 해볼 도리도 없이 또다시 진보진영의 패배.

 

그렇다면 문제는 바로 '프레임'이다. 진보는 이런 '프레임'을 만들어내고 홍보해내고 널리 퍼뜨려야 한다.

 

프레임이 작동하기 시작하면 그 프레임에 속하는 주장은 상식이 되어 버린다. 다른 진영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공고한 틀.

 

아무리 좋은 생각을 지니고 있어도, 아무리 좋은 가치를 지니고 있어도 프레임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다른 사람들을 자기 편으로 꿀어들일 수가 없다.

 

미국의 경우를 통해 이 책에서 이런 사실을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진보진영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바로 진보적 가치를 지닌 '프레임'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아무리 좋은 사실들을 나열해도 소용없다. 이런 사실들을 하나로 엮어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프레임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가치, 사상을 설득할 수 있는 프레임, 그런 프레임을 만들려는 노력을 진보진영에서 해야 한다. 그 필요성을 이 책에서는 누누히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의 끝부분에서 진보적 진영에게 저자는 네 가지 지침을 이야기하고 있다.

 

상대를 존중하라.

프레임을 재구성하여 대응하라.

가치의 차원에서 생각하고 발언하라.

자신의 신념을 말해라. - 285쪽

 

그래야 한다. 공연히 유권자를 의식해 보수 쪽으로 움직이는 일은 오히려 중도를 끌어들이기는커녕 자신의 진영 사람들마저도 잃을 수 있다고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

 

왜냐하면 양 끝에 있는 진보와 보수 집단은 잘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만큼 있는 중간 집단은 진보와 보수의 가치 둘 다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어떤 프레임이 작동하느냐에 따라 각 진영으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가치를 지니면서 그 가치를 나타내는 프레임을 제시한다면 자신의 편뿐만이 아니라 중간에 있는 사람들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자세.. 인간의 인지언어학을 연구한 학자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사실이다. 자신의 가치로 남을 설득하려는 사람에게 이 책은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군주를 위한 정치 지침서라면, 이 책은 진보적 가치를 전파하고 사람들이 서로 평등하고 자유롭게 협동하며 사는 사회를 꿈꾸는 진보진영의 사람들에게 그들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게 해주는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정치인이라면, 또 사회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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