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가 개원을 앞두고 있다. 이전의 국회가 과연 국회라는 이름에 걸맞는 정치를 했는지, 아니면 입법 활동이라도 제대로 했는지,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이 과연 국민을 위한 것이었는지 철저히 반성해 보아야 한다.
국회의원이라는 자리는 국민의 위에 있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들이 언제든지 앉을 수 있는 낮은 위치에 있는 자리라는 사실을 그들이 명심했으면 좋겠다.
헌책방에서 구입한 시집에서 이런 시를 발견하고, 이번에 개원하는 국회의원들이 또 대통령이나 다른 정치인들이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는 원로 시인이 된 고은 시인의 '일 몇 가지'라는 시이다. 문학과 지성사 창사 10주년을 기념해서 발간한 "앵무새의 혀"라는 시집에 실려 있는 시다.
일 몇 가지
참깨 농사에는
논농사에는
저 거시기 소 돼지 키우는 데는
그것들이 다 자라나는 것들이어서
돌보는 때 따로 없다
오밤중에도 벌떡 일어나 나가보아야 한다
이것이 정치가 되어야 한다
갓난아기 키우는 데
밤낮을 가리는 어미 없다
이것이 정치가 되어야 한다
땅이 만물을 세우는 데
천년 내내 쉴 사이 없다
이것이 시가 되고 정치가 되어야 한다
시는 잠이 아니다 무덤이 아니다 정치 아니냐
고은, 일 몇 가지, 김현 엮음, "앵무새의 혀" 문학과지성사, 1995년 재판 2쇄. 13쪽
이 시집이 1985년에 나왔으니 지금으로부터 무려 21년 전이다. 군부독재가 판을 치던 시대다. 그 시대에 이렇게 정치는 이래야 한다고, 시는 이래야 한다고 외쳤던 시인이다.
지금은 어떤가? 어쩌면 이 시집의 제목이 된 '앵무새의 혀'의 앞부분에 머물러 있지 않나? 아니, 기껏 자기의 말을 돌려주었더니, 어느덧 시나브로 자신의 말을 잊고 잃고 이제는 남 말을 따라하고만 있지는 않은지.
자기 말을 해야 할 사람들이 남의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시대, 그런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이 시는 그래서 정치인들, 언론인들, 자기 생각을 잃고 시키는 대로만 하는 교육자들, 그래서 비판의식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않나 싶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번쩍 들게.
앵무새의 혀
앵무새 부리 속에 혓바닥을 보았으냐?
누가 길들이면 따라 하는 목소리
그 목소리 아닌 말을 단 한 번 하고 싶은
분홍빛 조붓한 작은 혀를 보았느냐?
김명수, 앵무새의 혀, 김현 엮음, "앵무새의 혀" 문학과지성사, 1995년 재판 2쇄. 3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