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뮈를 추억하며 그르니에 선집 2
장 그르니에 지음 / 민음사 / 199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스승과 제자 관계에서 스승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제자를 기리는 글. 그런 글들이 제법 있다. 먼저 떠오르는 글은 김억이 김소월에 대해서 쓴 글. 소월의 때이른 죽음을 안타까워 하며 스승이었던 김억이 소월에 대해 쓴 글이었는데...

 

장 그르니에. 우리나라에서는 "섬"이라는 작품으로 유명해진 사람. 그 책의 내용은 지금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많이 읽혔던 책이었다. 그리고 그 제목은 정현종의 시 '섬'을 떠올리기도 하고.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 섬 전문)

 

사람들 사이에 있는 섬, 그 섬에 가고 싶은 사람, 결국 관계의 문제인데... 그르니에와 카뮈는 그 섬에서 만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들 사이에 있는 섬에서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며 맺어간 관계. 스승과 제자의 관계에서 어느덧 동등한 관계로 발전해 간 그런 사이.

 

이들의 공통점은 알제리에 대한 애정이 있다는 점, 문학과 철학이 융합되어 있다는 점. 카뮈가 불의의 사고로 먼저 죽은 뒤, 그와의 관계로 인해 카뮈에 대한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지니게 된 그르니에.

 

어쩌면 카뮈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 중에 카뮈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그르니에이지 않을까 싶은데, 이 책에서 그는 카뮈를 잘 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의 내면을 파헤치려는 글을 쓰지 않는다. 그냥 카뮈와 만나서 그에 대해서 느낀 점부터 시작하여 (고등학교 스승인 그르니에가 학교에 나오지 않는 카뮈를 방문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이때 카뮈는 상당히 반항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그것이 그르니에를 향한 반항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반항이라고, 카뮈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카뮈와 함께 한 활동들이 나오고 있다.

 

카뮈의 작품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그의 정치활동, 사회활동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카뮈와 관계된 소소한 이야기들을 기대하면 안 된다. 그르니에는 철저하게 그런 이야기를 이 책에서 배제하고 있다.

 

오로지 카뮈와 그의 작품, 그의 사상에 대해서 자기가 알고 듣고 느낀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제목이 그냥 '알베르 카뮈'인데, 우리나라 번역으로 '카미를 추억하며'로 번역한 것도 좋은 번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카뮈의 내면까지 이야기하지 않고 자신이 겪은 카뮈, 자기와 함께 한 카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카뮈의 작품들을 다 읽은 다음에, 다 읽기가 사실 힘드니 몇 편이라도 읽은 다음에 읽으면 더 이해하기 쉽다.

 

카뮈가 더 친숙하게 다가오게 된다. 그리고 그의 작품에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본인도 작품활동을 한 그르니에 글쓰기의 힘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 책을 읽으며 카뮈, 어느 쪽으로 이것이다, 이런 사람이다라고 정의할 수 없는, 다양한 생각, 그러나 정의의 편에 서려고 끊임없이 노력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당대의 지식인이었다. 결코 사회의 문제에서 자신의 작품으로 도망친 사람이 아닌. 이 책의 말미에 이런 말이 나온다.

 

'나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창작을 택했다.' (183쪽)

 

이 말을 이렇게 바꾸고 싶다. '카뮈는 정의롭게 살기 위해 창작을 했다.'라고. 그르니에의 이 책 읽으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어지러운 시대, 이런 지식인.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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