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의 기획은 '대학의 붕괴'다.

 

대학이 학문의 전당 역할을 포기한 지는 오래되었지만, 지금처럼 취업기관으로 전락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대학에서 학문을 한다는 소리를 하면 아마도 풍차를 괴물로 착각하고 돌진하는 돈키호테와 같은 취급을 받을지도 모른다.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 한다고. 지금이 어떤 시댄데... 학문 운운하냐고. 지금은 오로지 취업에 필요한 스펙이나 지식을 쌓아야 한다고, 대학 평가에 취업률이 들어가니 취업률이 낮은 대학은 하류대학 취급을 받아 다음 해에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런 취업기관에 불과한 대학에 굳이 대학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할까? 그냥 무슨무슨 취업 전문기관이라고 하면 안되나? 그리고 정말로 학문을 하는, 공부를 하는 곳을 대학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수많은 대학에서 인문학 분야 정원을 축소하고, 공대 인원을 늘리고 있는 추세이고, 그것을 한 나라의 교육을 주관한다는(어쩌면 망치고 있는, 따라서 제일 먼저 폐지해야 할 국가기관이라고 하면 교육부를 떠올리는 그런) 교육부에서 공대 정원 늘리고 인문대 정원 줄이라고 하고 있으니...

 

단순한 기술자(테크노크라트)들만을 양성하는 곳이 대학이 되어 가고 있으니, 사회를 전체적으로 보고 사회 발전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들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인문학은 이미 사라져 가고 있으며, 이를 잘 보여주는 곳이 바로 대학이라고 할 수 있는데...

 

녹색평론에서 이를 기획으로 잡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인문학이 사라진 사회는 역사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는 사회가 아닌가.

 

그런 사회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경보기를 울려주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 과연 이 경보 소리가 어디까지 들릴 것인가?

 

정작 대학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 교육정책을 좌지우지 하는 사람들에게 들릴 것인가? 양 쪽 귀를 똑 틀어막고 있는 그 사람들에게...

 

아마 안 들릴 것이다. 그럼에도 녹색평론이 대학 문제를 다룬 이유는 무엇일까? 귀 막은 자들에게 들으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귀를 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함께 하자고 하는 것 아닐까?

 

물방울 하나하나는 약하지만 이 물방울들이 하나하나 계속에서 떨어진다면 결국 바위에 구멍을 낼 수 있듯이, 귀를 열고 있는 사람들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현실을 바꿀 수 있는 행동을 하자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대학이 지금처럼 가다가는 대학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자체가 제대로 유지되지 못할 거라는 위기의식을 공유하자고 하는 것 아니겠는가.

 

대학이 왜 문제인지, 이번 호에 잘 나와 있다. 그리고 대학의 문제가 대학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은 지금 우리 사회를 보면 알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지식인의 죽음을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대학에서 지식인으로 성장한 사람이 나오지 않은지 꽤 오래 되었으니...

 

그냥 우~ 몰려 가는 군중들만 난무하는 사회가 되지 않았는지... 대학교수라는 사람들, 평범한 직장인에 불과하고, 대학생들 취업에 목매달고 있으며, 이제는 자기 밥벌이에만 빠져 사회의 전체적인 면을 고찰하고 행동을 촉구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 아니던가.

 

과연 대학은 어떠해야 하는가, 어찌해야 하는가 생각해 보게 만든 이번 호다. 귀 기울여 들어야 할 소리다. 열린 귀 있는 사람, 들어야 한다. 이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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