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춘(賞春)이라고한다. 봄을 맞아 들뜬 마음으로 봄을 즐기는 일을. 봄을 즐길 수 있는 것, 그것은 겨울이 있기에 가능하다.
겨울이 어떠한가? 모든 것이 드러나지 않은 때. 도대체 무엇이 나올지 모를 때. 그러나 이런 겨울은 봄을 준비하는 때다.
보이지 않지만 안에서는 치열하게 다음을 준비하는 것. 미래의 희망을 꿈꾸며, 미래를 이미 안에서 성취하고 있는 것.
이것이 바로 겨울이다. 봄을을 기다리고 있는 생명들이다. 이제 4월도 가고 있는데, 상춘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데, 이런 상춘의 절정에서 거꾸로 겨울을 생각해 본다.
겨울을 저 멀리 떨쳐버렸다고 생각하지만, 겨울은 이미 봄 속에 있다. 봄은 겨울이 없으면 봄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겨울을 자신 속에 간직하고 있는 봄.
그것은 우리의 삶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늘 봄을 살지는 않는다. 우리는 겨울을 몸에 지니고 봄을 꿈꾸며 산다.
그런 봄을 맞이하기 위해 우리가 겪어야 하는 겨울이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그 많은 겨울도 결국은 봄을 맞이하게 해준다.
우리가 할 일은 겨울을 겨울답게 보내는 일.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자신의 안으로 안으로 무언가를 쌓아놓는 일.
이제 세상은 엿둣빛을 자랑하고 봄꽃들은 제 소임을 다하고 열매를 맺는 꽃들과 그 뒤를 이어 화사한 자태를 뽐내는 꽃들, 그리고 자신을 드러내려 준비하는 꽃들로 가득하다.
이건 모두 겨울 동안 준비한 결과일 터. 그렇다. 바로 삶도 이렇다.
백미혜 시인의 시집을 읽었는데 기행시편이라 할 수 있는 것들과 들꽃에 관한 시들이 제법 있었는데, 이 중에서 요즘과 관련지어 눈에 쏙 들어오는 시. 그것은 바로 '겨울나무'란 시였다.
겨울나무
갈 곳이 없네
눈은 날리고 순환의 둥근 꿈 있어
거리의 외로운 겨울나무들
지금은 뿌리로
고요한 힘 모으고
중심으로 뻗는 말들의 세찬 힘
발길 휘감아
깊은 시 쓸 때처럼
보낼 수 없네 눈은 날리고
백미혜, 별의 집, 민음사. 2002년 1판 1쇄. 72쪽.
내 삶에 대해 생각하고, 내 삶을 벼릴 수 있는 시란 생각이 들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