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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야. - 단원고 아이들의 시선으로 쓰인 육성 생일시 모음
곽수인 외 33명 지음 / 난다 / 2015년 12월
평점 :
책을 사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이 시집을 사기가 망설여졌다. 사야 하는데, 살 수 없었다. 아니 살 수는 있었지만, 쉽게 읽을 수가 없었다.
이 시집을 읽기에는 많은 시간과 많은 의지가 필요했다. 어쩌면 읽지 않는 편이 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어차피 이 시집을 샀으니까... 왜? 시집을 산 것으로 읽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을까? 이 시집의 뒷부분에 이런 말이 나온다.
이 책으로 발생하는 모든 인세 수익은 / 다시금 이 책을 만드는 데 쓰입니다. / 보통 시집의 두 배 정도의 분량을 가진 이 책의 가격을 / 보다 많은 분들이 보다 마음 편히 구입하실 수 있도록 / 최대한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데는 ... (257-258쪽)
그래 샀잖아. 최소한의 일은 했잖아. 참 안일한 생각이다. 몰라도 무얼 모르는 생각이다. 그런데도 쉽게 시집을 펼치기가 힘들었다.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아서, 읽으면서 느낄 그 슬픔, 그 분노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세월호 청문회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도 이 시집을 펼칠 수가 없었다. 도대체 2년이 다 되어가는데, 진실은 세월호와 함께 바닷속에 묻혀있고, 세월호가 인양된다고 해도 과연 진실이 밝혀질까 하는 의문이 더 강하게 들고 있으니... 그 마음 아픔을 어떻게 감당할까? 하는 마음이 앞섰다.
그럼에도, 읽어야 했다. 왜냐하면, 이 책의 의미는 그냥 사는데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시인들의 시를 통해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시집의 끝부분에 이런 말이 나온다.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 아이들의 추움을 껴안아주세요. / 아이들이 그러잖아요. / 엄마 나야, 라고. (258쪽)
그렇다. '엄마, 나야'라고 말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그냥 허공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이 시집을 읽어야 했다. 읽어야 한다. 그래서 아이들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아이들의 소리, 시인들의 시를 통하여 세월호의 진실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결코 잊혀지지 않게. 그러므로 읽어서 잊혀지지 않게 해야 한다.
하지만, 정말로, 이 시집은 읽기 힘들다. 계속 다음 시로 넘어가기가 힘들다. 한 편 한 편에 아이들의 삶이 담겨있기에...
힘들어도, 마음이 자꾸만 시집을 밀어내도, 읽어야만 했다. 이제는 별이 된 아이들.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기에... 들어서 슬픔을 조금이라도 함께 나누어야 했기에...
지식채널e 윤동주 편에서 윤동주를 19450216호 별이라고 했듯이, 이제 우리는 이 아이들을 20140416호 별이라고 해야 한다. 이렇게 별이 된 아이들... 저 멀리에서 빛나는 그런 아이들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더 말해 무엇하리... 시집을 통해 20140416호 별들의 소리를, 저 멀리서 빛을 통해 소리를 들려주는 그 별들의 소리를 들으며, 결코 세월호를 잊어서는 안됨을, 세월호가 잊혀져서는 안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