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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현대 소설의 탄생 - 발자크에서 카뮈까지 ㅣ 돌베개 석학인문강좌 17
김화영 지음 / 돌베개 / 2012년 4월
평점 :
예전에는 세계문학 전집이 많이 팔렸었다. 논술을 위해서도 명작을 읽어야 한다고 했고, 삶에 대한 성찰을 하기 위해서도 명작을 읽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명작보다는 세계명작이라는 책들이 많이 읽혔었는데, 그 중에서도 지금도 머리 속에 남아 있는 작가들을 뽑아 보면 이상하게도 프랑스 작가들이 많다.
러시아 작가들도 우리의 머리 속에 남아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더 친숙한 것은 프랑스 작가들이 아닌가 한다. 그 중에서도 이 책에서 다룬 작가들은 명작 하면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작가들이니.
시작을 스탕달에서 시작한다. 바로 그의 작품 "적과 흑" 출세를 지향하던 한 청년의 야망과 좌절을 그린 작품으로, 신분이 세습되던 시기,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이었던 신분제 사회가 붕괴되던 시기를 살아간 인물부터 프랑스 현대소설이 탄생했다고 저자는 파악하고 있다.
이러한 스탕달을 거쳐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까지 나아간다.
작품으로 따지면 약 110년 간인데... 맺음말에서 이야기하듯이 이 책에 등장하는 소설의 주인공은 "단두대의 죽음"에서 시작해서 "단두대의 죽음"을 기다리면서 끝난다.
"죽음 앞의 인간"이라는 책 제목이 생각나는 서술인데...
죽음으로 시작해서 죽음으로 끝난다. 그렇다면 이 사이에 있는 발자크부터 프루스트까지는 그 죽음 사이에 인간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형상화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즉, 저자는 프랑스 현대 소설을 통해서 언젠가는 죽어야 할 운명인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또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말하고 싶었다고 할 수 있다.
명작이 무엇인가? 소위 우리가 "고전"이라고 하는 것들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 아닌가? 삶에 대한 성찰을 이룬 작품들이 고전이고 명작일테니...
프랑스의 그 유명한 작가들과 작품들 중에서 6편을 선정한 기준은 바로 이런 기준, 즉 죽어야만 하는 존재인 인간이 자신의 삶이 유한한 동안에 제한된 공간인 사회와 역사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 그래서 삶과 사회에 대해서 성찰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길게 이야기할 것도 없이 작품들을 읽어보면 된다. 대부분 학창시절에 읽은 작품이라 이 책을 읽으며 (인물들에 대한 평이나, 작가에 대한 소개, 그리고 당시 사회의 모습, 또 작품의 내용을 잘 요약해서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옛날 읽었던 기억을 되살리기도 했다.
다만,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만은 그 방대함에 또 문체의 난해함에 기가 죽어 읽지 못했지만...
결국 이런 책을 읽는 이유는 외국 소설에 대한 지식을 쌓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우리 소설에서 좋은 작품을 골라낼 수 있는 안목을 키우는데 참고가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설을 보는 안목 못지 않게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 삶에 대한 성찰을 작품 속 인물들을 통해서 할 수 있다는 점... 그런 작품을 소개해주고 있다는 점이 이런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될 것이란 생각을 한다.
덧글
한 가지 이해가 잘 안 되는 것이 이 책의 부제다. 부제가 '발자크에서 카뮈까지'인데, 왜 발자크부터지. 이 책은 분명히 스탕달로부터 시작하는데... 특히 스탕달과 카뮈의 두 주인공이 사형선고를 받는다는 공통점을 지니는데..
즉, 죽음에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놓인 작품들에 나타난 삶의 모습이라면... '스탕달부터 카뮈까지'가 부제로 더 적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