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수업 - 천재들의 빛나는 사유와 감각을 만나는 인문학자의 강의실
오종우 지음 / 어크로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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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사람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특정한 사람들의 전유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먹고 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예술은 무슨 이라는 생각을 하기 쉬운데, 먹고 살기가 힘들수록 예술은 우리에게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이 책은 하게 해주고 있다.

 

왜냐하면 예술은 바로 나를 만나게 해주기 때문이다. 예술이 그 자체로 독립되어 있지 않고, 결국은 나와 사회에 스며들어 잊고 있던 나, 잃고 있던 나를 찾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만큼 예술은 나를 일상으로부터 분리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일상은 새로움에 대해 인식 못하고 주변에 녹아들어가 있는 상태다.

 

녹아들어 있기에 주변을 살필 수가 없고, 자신을 바라볼 수가 없다. 그냥 그렇게, 되는 대로 존재하고 살아갈 뿐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예술은 동사가 아니라 명사일 뿐이다. 이 책에서 예술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여야 한다(308쪽)고 하는데, 명사로 예술을 인식하면 예술은 그냥 사물일 뿐이다. 내 일상에 녹아 있는 또 하나의 사물.

 

여기서는 창의성이고 뭐고 나올 수가 없다. 그냥 함께 있을 뿐이니. 그러나 예술은 그렇게 하나의 대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체험으로, 움직임으로, 변화로 존재하는 것이다.

 

즉, 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나를 일상으로부터 분리시켜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분리되는 체험, 그것을 예술과 함께 하고, 그 과정을 통해서 일상의 나가 아닌, 감춰져 있던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것이 예술의 역할이다. 그런 역할에 대해 이 책은 문학과 음악과 미술을 넘나들며 설명해 주고 있다. 예술의 모든 분야들이 각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를 발견하기 위해 서로 스며들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읽는 행위 자체가 예술을 체험하는 행위가 되도록 해주고 있는데... 이토록 예술이 지금처럼 절실한 시대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기도 하다.

 

우리는 어쩌면 일상이라는 컨베이어벨트에 올라 그냥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을 지루해하면서도 다른 삶은 상상하지도 못한 채, 그냥 벨트 위애 자신을 내맡기고 있는 현실, 이것이 지금 우리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이 상태를 자각하지 못하면 그냥 벨트 위에서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그냥 주어진 대로 흘러갈 뿐이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일상에 파묻혀서.

 

그런 상태를 깨닫게 해주는 것, 그 도도한 컨베이어벨트의 흐름에서 '나'를 내려오게 하는 것, 그래서 그 벨트가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예술이 해주는 역할일 수 있다는 것.

 

하여 지금처럼 복잡한 세상, 너무도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예술은 '나'를 바라보고, '나'를 찾게 해줄 수 있는 대상이 바로 '예술'이라는 것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강의를 했던 내용들을 책으로 엮었다고 하는데, 아마도 강의를 들었다면 더욱 생생했을 것이다. 하지만, 비록 생생한 음성으로 듣지는 못하더라도 문자를 통해서도 그 생생함을 느낄 수 있도록 이 책은 예술의 각 분야를 넘나들며 우리에게 예술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래, 지금이 바로 예술이 필요할 때다. 이런 시대일수록 예술은 더욱 우리에게 필요하다. 이 책은 그것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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